‘불암산 명예주인’ 최불암 “한때 놀림 받던 이름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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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8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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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면 놀랄거야. 한때 ‘최불알’로 불렸어.”(웃음)

하얗게 센 머리에 주름진 얼굴, 며칠 뒤면 고희를 맞는 중견배우 최불암(69)의 입에서 뜻밖의 단어가 튀어나왔다. ‘국민 아버지’로 불리는 대배우의 입에서 한창 시절의 치기어린 별명이 흘러나오건 최근 그가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불암산의 명예산주가 된 이야기를 꺼낼 때다.

최불암은 지난달 12일 불암산의 명예산주(山主)로 위촉됐다. 그의 이름 ‘불암’(佛巖)이 산 이름과 한자까지 같아 인연이 됐다. 이름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하지만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동아닷컴과 만난 그는 “한 때 놀림 받던 이름”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한참 연극할 때 친한 동료들은 나를 ‘최불알’로 부르며 장난쳤어. 짓궂은 친구들은 다방에 전화해 ‘거기 손님 중에 최불알 바꿔주세요’하면 다방 아가씨들이 장난 전화 말라고 많이 기분나빠했지.”(웃음)

본명은 최영한이지만 아버지를 일찍 여읜 그에게 숙부가 건강하게 오래 살라고 지어준 이름이 ‘불암’이었다. 연극을 시작할 때 이미 최영한이라는 동명 배우가 활동하고 있어, 부적처럼 지니고만 있던 이름 ‘최불암’을 세상에 쓰게 됐다.

“특이한 이름 덕에 연기자 생활도 덕을 봤는데, 산의 명예 주인이 되다니 꿈만 같아. 연예인으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 아닐까 싶어. 내 이름이 자랑스럽고 숙부에게 감사해.”

갑자기 생긴 ‘산의 주인’ 명함에 인생의 황혼기를 함께 보내고 있는 지인들의 농담도 이어지지만 기분 좋게 넘기고 있다.

“명예산주가 어디 진짜 주인인가. 친구들은 그래. 부동산 생겼다고. 산이 엄청 크다고 한 턱 쏘라는거야. 그냥 기분 좋게 한잔 할 수 있어 좋은거지 뭐.”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을수록 산과 자연이 좋아지고 사람의 따뜻한 정이 그리워진다는 그는 최근 명예산주 위촉식에서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행복했다.

“서민들 정에 마음이 짠~해. 술 한잔 하고 싶고, 고향에 간 것 같아.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지만 드라마 끝나면 가족들과 함께 불암산에 나들이 갈래. 마음은 매일 산에 가서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싶고, 산을 위해 청소도 하고 싶어. 나라 잘 되라고 기도도 하고 싶고….”

요즘 세 살 된 손녀가 어린이집에서 “‘우리 할아버지는 최불암씨에요’라고 했다”며 특유의 ‘파~’ 웃음을 뿌리는 ‘국민 아버지’ 최불암. 그는 최근 16회 연장된 SBS 주말극 ‘그대 웃어요’에서 두 가족을 아우르는 집안의 큰 어른 강만복 역을 맡아 극을 이끌고 있다.

이유나 동아닷컴 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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