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女 “대본대로 했다” 논란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미수다 “강요한 적 없어”
해명글 1시간만에 삭제

“여과없이 방영” 책임론도


공영방송에 나와 ‘키 작은 남자는 다 루저(loser·패배자)’라고 말해 누리꾼들의 ‘신상 털기’ 대상이 된 H대 여대생 이모 씨가 “(방송사에서 준) 대본대로 했다”고 주장해 제작진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씨는 방송에서 자신이 한 발언이 온라인에서 ‘루저 논란’을 일으키자 10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작가들이 대본에 따라주길 원했고 그 대본에 ‘루저’란 단어와 함께 방송에서 한 얘기가 그대로 들어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이 자신의 돌출 발언으로 불거진 것이 아니라 제작진이 의도한 기획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에선 모욕적인 단어로 해석되는 ‘루저’란 표현에 외국인 출연자들은 당혹스러워했지만 제작진은 친절하게 자막까지 달아 내보냈다. 이 때문에 이 씨가 사려 깊지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공영방송이 시청률 경쟁에 몰두한 나머지 자극적인 내용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부추겼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 프로그램은 사전 제작된 ‘녹화 방송’이었다. 한 누리꾼은 “남성 비하 발언으로 오해될 부적절한 내용을 공중파에서 여과 없이 내보낸 방송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도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방송이 나간 후 “대본대로 읽어야 했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등 이 씨가 제기한 종류의 ‘각본설’이 꾸준히 되풀이돼 왔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를 되돌아본다’는 당초의 기획 의도와는 달리 젊고 예쁜 여성들을 내세워 자극적인 발언을 유도했으나 근래 들어서는 시청률이 6%대로 추락하는 등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아 왔다.

‘루저’ 발언이 나온 이날 방송에서도 한국 여대생들이 데이트 비용을 남자가 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자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하고 “사랑 없이 조건만으로 결혼이 가능하다”고 답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대해 외국인 출연자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없나” “사랑은 결혼의 전제 조건”이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제작진은 각본설이 제기되자 10일 프로그램 게시판에 “출연진에게 대본을 강요한 적은 없다. 출연진의 의견을 그대로 실은 것이다”라고 해명했다가 게시한 지 1시간 만에 이 글을 삭제했다. 기자는 제작진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