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씁쓸한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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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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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비법이 필수 단어 1200개 외우기?

케이블 tvN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의 진행자인 개그맨 이윤석(왼쪽)과 김진수. 단기간에 명문대에 갈 수 있는 비법을 공개한다고 하지만 그 비법이 새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진 제공 tvN
케이블 tvN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의 진행자인 개그맨 이윤석(왼쪽)과 김진수. 단기간에 명문대에 갈 수 있는 비법을 공개한다고 하지만 그 비법이 새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진 제공 tvN
12일은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수능에 수험생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 점수를 올릴 수만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수험생과 가족에게 케이블채널 tvN의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일 오후 11시)는 제목부터 솔깃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18일 첫 방송을 한 이 프로그램은 수능 점수를 대폭 올릴 수 있는 ‘비법’을 알려준다며 시청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현직 학원 강사 10명이 고교 3학년, 재수생 등 실제 수험생 7명을 직접 지도하며 ‘수능 대박’을 이끈다는 게 줄거리. 수험생은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학생부터 서울 내 대학을 노리는 학생까지 다양하다. 수능이 한 달도 채 안 남은 시점에서 방영을 시작했지만 출연 학생들은 8월부터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 프로에선 70일 바짝 공부해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대학생이 나와 “방법만 알면 가능하다”고 말하고, 단번에 성적을 올리는 엄청난 비법을 시청자들에게만 공개한다고 선전한다. ‘한 달 만에 수능 점수 50∼250점 올리기’ ‘2주일 만에 외국어영역 30점 올리기’ 등 ‘비법’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는 목표치도 매우 구체적이다.

그러나 이런 ‘비법’들은 대개 매회 방송 후반에 나오고, 인터넷상에서 동영상 무료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비밀번호는 방송이 끝나기 전 공개한다. 인터넷 다시 보기 서비스에서는 이 비밀번호를 볼 수 없다. 본방송을 끝까지 보도록 여러 ‘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잔뜩 기대하고 봤지만 ‘비법’이라고 소개한 공부 방법이 특별히 새롭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기적의 6. 9. 30 전략’이라고 포장한 ‘비법’의 ‘6. 9.’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6월, 9월 실시한 모의고사를 꼼꼼히 챙겨 보라는 것이고, ‘30’은 방송이 내보내는 특강의 횟수였다. 외국어영역의 ‘1200 전략’은 필수 영어 단어 1200개를 정리한 것. 특별한 ‘비법’을 기대했던 수험생들이 허탈해하기 일쑤다. 지난달 18일 첫 방송의 시청률은 1.75%(TNS미디어코리아)였지만 실망한 시청자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시청률은 지난달 25일 1.16%, 이달 1일 1.12%로 떨어졌다.

시청률 하락에 간접광고 논란까지


간접광고 논란도 나오고 있다.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는 스탠드, 자신감을 높여준다는 스프레이, 머리가 맑아진다는 그림을 소개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방영했다. 곽재성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유료방송심의팀 과장은 “프로그램의 적절성 여부를 체크하고 있으며 간접광고에 해당된다는 의견이 나와 제재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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