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야 했는데…영화 ‘애자’ ★★

  • 입력 2009년 9월 9일 14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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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하고 울리려고 만든 영화는 모름지기 슬퍼야 한다. 불치병, 모정, 사랑 등 슬픈 코드들을 잔뜩 넣은 ‘애자’가 지향하는 바다. 슬픈 영화인데, 이따금씩 웃음이 터져 나온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대중영화가 된다.

주인공 이름(최강희)이 영화 애자의 표제다. 애자는 개성 강하고 선머슴 같은 캐릭터로 설정된다. 엄마(김영애)와는 애증 관계다. 자주 싸우고 멀리 떨어져 있지만 금세 화해하는 모녀 관계를 드라마틱하게 드러내기 위한 캐릭터 장치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모녀를 죽음이란 명제 앞에서 화해시키며 극적인 눈물을 유도한다.

‘청와전설(靑蛙傳設)’로 불리는 청개구리의 설화와 비견되는 이야기다. 얼굴만 보면 시집가라고 들들 볶아대는 엄마와 툭 하면 싸우고, 멀리 떨어져 지낸 청개구리 딸이다. 참하고 평범하게 지내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과 달리 ‘욱’하는 성미로 엄마를 애태웠다. 살아생전 다하지 못했던 효, 그 아쉬움이 영화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슬픈 코드다.

슬픈 영화의 공식들을 오차 없이 사용한 애자다. 철부지 동생이 형의 죽음과 함께 성장한다는 ‘안녕 형아’, 일곱살 지능을 지닌 스무살 여자가 엄마의 죽음을 통해 한 뼘 자라는 ‘허브’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족의 죽음과 성장 메시지가 빚어내는 가족 영화, 슬픈 드라마는 닳고 닳은 소재이기도 하다.

최강희의 눈물 연기는 압권이지만, 설익은 부산 사투리는 영화의 맥을 끊는다. 영화의 배경을 부산으로 설정한 것 자체가 불필요한 노력인 듯 보인다. 무엇 하나 특별한 것 없는 진부함으로 긴 러닝타임을 이어가는 영화 애자의 헛수고는 ‘슬프지 않음’으로 마무리된다.

★★ 눈물 대신 졸음이 쏟아질 것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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