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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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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원 씨는 집중력이 좋고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예요. 어른스러워서 제가 많이 의지하고 힘들 땐 위로도 받죠. 같이 오래 촬영하다 보니 쉬는 날엔 보고 싶더라고요.”(엄태웅)
“엄태웅 씨는 지쳐 있다가도 촬영이 시작되면 에너지가 넘쳐요. 어떨 때는 저를 껴안는 장면에서 너무 세게 안아서 뼈가 으스러질 것처럼 아플 때도 있다니까요.(웃음)”(이요원)
22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MBC 드라마 ‘선덕여왕’ 세트장에서 만난 이요원과 엄태웅은 서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드라마는 덕만공주(이요원)와 김유신(엄태웅)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면서 18일 방송된 26회에서 시청률 42%(TNS미디어코리아)를 올렸다.
김유신은 왕위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 미실(고현정)의 추종 세력에게 쫓기는 덕만에게 “난 너를 택했다”(22회)라며 화랑도의 수장이 아닌 한 남자로서 덕만을 향한 애절한 사랑을 표현했다. 하지만 덕만이 신라로 돌아가 미실을 누르고 왕(선덕여왕)이 되겠다고 결심하자 다시 “이분은 내가 택한 나의 왕이시다”(26회)라고 선언하며 개인적 사랑 대신 충성을 맹세했다.
“사랑이 어떻게 한꺼번에 없어지겠어요. 덕만을 사랑하는 마음은 밑바닥에 계속 있지만, 유신은 덕만과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택한 것 같아요. 유신만의 사랑 방식인 거죠.”(엄)
“덕만은 여자로서 사는 삶을 버리고 정치를 택했어요. 앞으로 유신과의 멜로 라인이 꾸준히 나오지만 사랑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아요.”(이)
극 중반을 넘어선 ‘선덕여왕’은 덕만이 공주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왕의 자리를 둘러싼 덕만과 미실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요원은 “드라마 초반 몸이 힘들었다면 지금은 덕만의 캐릭터가 바뀌면서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극중 덕만은 ‘남장 여자 화랑’에서 신분을 알게 돼 혼란스러워하는 ‘덕만공주’로 변한 데 이어, 독한 미실을 누르고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 있다.
그는 “왕이 되기 위해 미실이 했던 말과 방법을 쓰지만 미실처럼 독하게 변하지는 않고 덕만스럽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엄태웅은 “미실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억지스럽게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 하지만 덕만은 지혜롭고 정의로워서 사람들이 따른다. 그래서 덕만이 왕이 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최근 팬들 사이에서는 덕만을 돕는 ‘덕만의 남자들’이 인기다. 수려한 외모 덕에 ‘선덕여왕 F4’로도 불리는 이들은 김유신, 비담(김남길), 알천(이승효), 월야(주상욱). 하지만 김유신 대신 아직 극에 출연하지도 않은 김춘추(유승호)를 F4 멤버로 꼽는 시청자도 있다.
엄태웅은 “인터넷에서 내가 빠진 F4 명단을 봤다”며 “그냥 그러려니 했다”며 웃었다. 그는 “그들은 자신을 생각하면서 덕만을 따르지만 유신은 한때 신라를 버리고 덕만과 함께하려 했을 정도로 무조건 따른다는 점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요원은 “엄태웅 씨는 마음이 여려서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고 상처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요원에게 “덕만의 남자들 중 누가 제일 끌리는가?”라고 묻자 그는 웃으며 “(유)승호?”라고 했다가 다시 엄태웅을 힐끔 보더니 “에이∼ 그래도 태웅이 형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남장(화랑)을 했을 때의 습관이 남아 가끔 엄태웅을 ‘태웅이 형’으로 부른다고 했다.
용인=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