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 연기자? 목표 한정짓지 않을 것”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실력파 무용수 출신 신인배우 이용우
대학·고교때 동아콩쿠르 금·은상
조각 몸매-섹시댄스로 여심 녹여
“강렬한 표정연기 무용할때도 도움”

SBS 주말드라마 ‘스타일’에 출연하는 이용우(28)는 신인 배우로는 드물게 첫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았다. 드라마에서 그는 패션지 편집장인 박기자(김혜수)를 좋아해 요리사인 서우진(류시원)과 갈등을 벌이는 사진작가 김민준으로 나온다. 강렬한 인상과 180cm의 훤칠한 키, 탄탄한 몸매 덕에 그는 드라마 첫 회가 방송되자마자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TV 시청자에게는 낯선 얼굴이지만 국내 무용계에서는 실력파 무용수로 통한다. 덕원예고 3학년 때 동아무용콩쿠르에서 현대무용 부문 은상, 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 때는 금상을 탔다. 현재 현대무용단 LDP 단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 본사에서 그를 만나 ‘잘 나가던 무용수가 연기에 도전하게 된 이유’를 들었다.

그는 지난해 초에도 ‘현대무용단 LDP’ 공연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당시 휴대전화와 신발 CF에 출연한 그는 “CF 출연은 내 이름을 알려 현대무용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드라마 출연은 현대무용을 그만두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는 이번에도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국인들은 표현력이 부족해요. 무용수들도 얼굴에 표정이 없고, 관객도 무용수가 춤만 잘 추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국 무용수들은 달라요. 할리우드 배우보다도 얼굴 표정이 뛰어나고, 말을 안 해도 얼굴로 다 표현합니다. 제가 연기에 도전한 이유도 이를 배우면 나중에 무용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입니다.”

연기로 표현력을 늘리겠다고 결심한 것에는 대학 졸업 후 영국의 무용단 ‘DV8’ 오디션에서 탈락한 게 영향을 미쳤다. 최종 심사까지 올라갔지만 심사위원에게서 “춤은 다른 사람보다 잘 추는데 얼굴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 때 이 무용단의 공연 DVD를 본 뒤 ‘평생 무용을 해야지’하고 결심했다. 그만큼 간절하게 들어가고 싶던 무용단이어서 탈락의 충격은 컸다. 그는 내년쯤 본인이 안무한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스타일’ 제작진은 오디션을 통해 그가 남성적 외모에 섬세한 감성을 가진 김민준 역할에 제격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연출을 맡은 오종록 PD는 “이용우는 이미지가 좋아 2, 3년 전부터 연예계가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배우”라며 “앞으로 극중에서 역할이 점점 커진다”고 말했다.

이용우는 “실제 성격도 김민준과 비슷한 점이 많다”며 “극중 김혜수같이 연상의 여자와 말이 더 잘 통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TV로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봤는데 부끄러웠다”며 “시선처리도 어색하고, 긴장한 탓에 상대방 대사를 안 듣고 내가 할 대사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돈을 주고 무용 공연을 봤는데 공연이 별로라면 돈이 아까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텔레비전을 보는 시청자들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훌륭한 무용수가 되고 싶은가, 아니면 훌륭한 연기자가 되고 싶은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둘 사이에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며 “나의 목표를 좋은 연기자 혹은 무용수로 한정짓지 않는다. 나의 목표는 자기 자신을 잘 만드는 사람, 계속 발전해나가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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