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민“불러보니 딱!…트로트는 내 운명”

  • 입력 2009년 6월 25일 08시 04분


라이브 카페 등서 7년 언더 활동… 기획사 오랜 권유에 트로트 전향

“남들 한다고 휩쓸려 트로트를 선택한 것이 아니란 걸 보여주기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를 보여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때 미디엄 템포 발라드가 가요계의 대세였던 적이 있었다. 요즘은 아이들 가수들의 팝 댄스 음악과 함께 젊은 여성 가수들의 트로트 진입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땡겨’라는 트로트 댄스곡으로 데뷔한 신인가수 자수민(본명 김현미)도 그런 유행에 따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트로트 선택은 7년의 언더그라운드 생활 끝에, 성악과 판소리, 록 음악 등을 두루 섭렵한 끝에 얻은 ‘해답’이었다.

초등학교부터 합창단으로 활동했던 자수민은 중학생이 된 후 성악을 배웠다. 스무 살엔 성시경, 박정아를 배출한 한 인터넷 가요제에 출연, 음반기획사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차례 가수의 기회가 무산되면서 상실감에 가수를 포기, 옷장사와 백화점, 커피숍 등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천직인 음악을 포기할 수 없어 라이브 카페 등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시작했다. 초기엔 모던록에 심취해 밴드활동도 했고, ‘소리’를 알기 위해 판소리도 배웠다. ‘트로트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졌다’는 수많은 기획사들의 이야기를 무시하면서 7년이 지나갔다.

“트로트를 하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몇 번 거부하다가, ‘좋아하는 음악’은 아니지만, ‘잘할 수 있는 음악’이니 한번 해보자 생각했죠. 그런데 불러보니 ‘딱’이더라고요. 어느새 저도 트로트에 빠져버렸고, 트로트를 진심으로 대하게 됐죠.”

자수민은 트로트를 독학했다. 처음엔 카페 활동시절 자주 부르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무작정 따라했다. 하지만 감성이 살아나질 않아 답답함을 느꼈고, 하루 12시간씩 노래연습을 하며 호흡까지 그대로 따라 했다. 그러면서 감성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조금씩 알게 됐고, 창법과 소리에 이해도 생겨났다. 이후엔 자신의 스타일도 살릴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

“멋모르고 할 땐 기교와 창법이 다인 줄 알았죠. 트로트 공부를 하고 나서는 얼마나 어렵고, 아무나 못하고, 또 감정표현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트로트는 이미 우리 정서에 깊이 스며들고 배어든 음악이죠. 그래서 전통가요라고 하나 봐요.”

자수민의 데뷔곡 ‘땡겨’는 트로트댄스곡. 쉬운 멜로디에 경쾌한 리듬으로 부담 없이 듣고 따라 부를 수 있다. 역시 경쾌한 트로트 댄스 ‘만지지 마세요’는 장윤정의 ‘이따이따요’, 박현빈의 ‘오빠한번 믿어봐’를 작곡한 박진형의 작품. ‘말해’는 ‘사랑하기에’란 노래로 유명한 가수 이정석의 작품이다.

노래에 맞춘 춤을 연습하느라 엄지발톱이 빠지고,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아픔도 이겨냈다.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조류에 휩쓸려 하는 게 아니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를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가수 데뷔하는 과정에서 힘들어봐서,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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