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에세이] 단짝잃은 이준익 감독 새 식구를 맞이했어요

  • 입력 2009년 6월 1일 07시 48분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이 며느리를 맞았습니다.

5월31일 오후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 예식장에서 이준익 감독은 멋들어진 정장과 넥타이 차림으로 장남의 혼례를 치렀습니다.

아들을 장가보냈다는 말에 얼핏 나이가 궁금하실지도 모르겠군요. 이준익 감독은 이제 50대 초입에 들어섰습니다.

대학 시절 일찍 결혼해 아이를 낳은 것은 충무로에선 널리 알려진 일입니다. 지난 해 말 딸에 이어 올해 아들을 장가 보낸 것이지요.

늘 캐주얼하면서도 개성 있는 패션 감각으로 젊은 감성을 드러내온 그가 이날은 넥타이까지 맨 정장을 한 모습이 조금 낯설지만 그 감각은 여전하더군요. 아무튼 이준익 감독은 늘 젊게 살아가는 분입니다. 영화 ‘라디오스타’에 밴드 노브레인을 출연시키고 바비 킴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결혼식 주례는 영화제작사 타이거픽쳐스의 조철현 대표가 섰습니다. 영화하는 사람 아니랄까봐 조 대표는 시나리오와 영화를 결혼과 삶과 인생에 빗댄 주례사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이준익 감독과 함께 씨네월드를 설립한 뒤 십수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사람입니다. 고려대 영문학과를 나온 그는 ‘메멘토’, ‘헤드윅’ 등 씨네월드가 수입한 외화의 번역을 도맡아 하기도 했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흥행작 ‘황산벌’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지요. 한때 빚에 쪼들린 이 감독과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 해왔습니다.

이준익 감독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이날 자리에 있지 못한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최근 세상을 떠난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입니다. 암세포와 힘겹게 싸우다 눈을 감은 정 대표 역시 이 감독, 조 대표와 함께 수많은 시간을 함께 했으니까요.

정 대표를 보내고 이 감독은 또 다른 새 사람을 맞았습니다. 인생은 그렇게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또 누군가를 새로이 맞아들이는 것이겠지요.

세상에 이름과 큰 족적을 남긴 몇 분을 최근 급작스레 떠나보냈지만 남은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세월은 많고 또 해야 할 일도 많을 터입니다. 그렇게 살다보면 어느새 그 분들이 남긴 혹은 이루고 싶었던 꿈도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것이겠지요. 며느리로 새 식구를 맞은 이준익 감독의 새 작품이 기다려지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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