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학성 웃음 짜내기’ 언제까지…

  • 입력 2009년 5월 5일 02시 56분


MBC 에브리원 ‘이경규의 복불복 쇼’

MBC에브리원에서 방영하는 오락프로그램 ‘이경규의 복불복 쇼’(매주 수요일 오후 2시 40분·사진)는 케이블 TV에서 장수 프로그램에 속한다. 3, 4개월도 안 돼 프로그램이 생겼다 사라지는 상황에서 복불복 쇼는 지난해 4월 23일 첫 방송을 한 뒤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감으로 찍고 운으로 승부하는 신개념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이 게임쇼의 인기는 제목 그대로 복불복 자체에 있다. 러시안룰렛처럼 100% 운에 의존한 게임으로 패자를 정하고 그에 맞춰 벌칙을 주는 것. 출연료와 벌칙 비용 말곤 크게 비용 들 일이 없는 점도 제작사로서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최근 이 쇼를 보면 갈수록 벌칙 강도가 세지면서 참고 봐주기 어려운 장면이 전파를 타고 있다.

지난달 29일 방영된 53회를 보자. 이날 벌칙은 동물과 관련된 게 많았다. 게스트로 초대받은 개그맨 장동민은 뱀을 목에 걸기도 했다. 이 정도는 지상파에서도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심각한 건 그 다음부터였다.

한 게임에서 벌칙 대상자로 지목된 이는 장동민과 개그맨 조원석, 배우 정민. 이들 3명은 커다란 흰 생쥐들이 있는 상자에 빵을 입에 물고 얼굴을 내놓고 있어야 하는 벌을 받았다. 쥐가 다가오자 출연진이 부들부들 떠는 장면에 한참 동안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날따라 운이 없었던 정민은 이후 대형 거미 타란툴라를 얼굴에 올리고 있어야 했고, 미꾸라지가 가득 든 통에 얼굴을 집어넣기도 했다.

역겨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평소 이 프로그램의 대표적 벌칙은 먹기 어려운 음식을 먹는 것. 이날도 청양고추보다 수십 배 더 맵다는 일본 통조림 라면, 냄새와 신맛이 엄청난 버섯식초 등이 등장했다. 이를 먹고 힘들어하는 장면까진 봐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출연자들이 침을 흘리고 토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프로는 심야시간대 성인들만 보는 게 아니다. 53회의 경우 심야시간은 물론이고 1일 오후 3시 40분, 2일 오전 7시 반, 3일 오전 8시 25분, 4일 오전 9시 15분 등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재방송했다. 재미를 위해 엽기 소재만 내세울 게 아니라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고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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