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포커스]요즘 TV만 틀면 ‘소녀시대’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7분


방송국들 스타모시기 경쟁

최근 20여개 프로 녹화… 겹치기로 멤버들 과로

올해 1월 미니앨범 ‘지(Gee)’를 발표한 9인조 그룹 ‘소녀시대’. 요즘 이들의 인기는 엄청나다. 음악순위 사이트 ‘엠넷 차트’에선 8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09년 상반기 블루칩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 소녀들이 요즘 지상파 TV만 틀면 나온다.

7, 8일 TV에서 소녀시대가 나온 프로그램을 보자. 가요 프로그램인 MBC ‘쇼! 음악중심’과 ‘SBS 인기가요’에 출연하는 일은 인기 가수에겐 다반사이지만 KBS2 ‘스타 골든벨’ ‘해피 선데이’ ‘박중훈 쇼’, MBC ‘무한도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여러 오락프로그램에도 잇달아 출연했다. 10일에는 KBS2 ‘상상플러스’에 나왔고 최근 MBC ‘놀러와’의 녹화도 마쳤다.

2월 27일∼3월 1일 3일 동안에는 SBS ‘일요일이 좋다’의 두 코너 ‘패밀리가 떴다’와 ‘골드미스가 간다’에 모두 등장했으며 아이돌 그룹이 잘 나오지 않는 KBS1 ‘가족 오락관’ ‘콘서트 7080’에도 나오는 등 16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 기간에 재방송과 케이블 채널까지 봤다면 거의 종일 소녀시대를 볼 수 있었다.

과다 출연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멤버들의 과로 문제도 빚어질 것 같다. SM엔터테인먼트 언론홍보팀의 김은아 과장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출연 요청이 들어오니 어디는 나가고 어디는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며 “멤버들의 건강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몸 상태를 점검하면서 가능한 틈틈이 쉴 수 있도록 최대한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인기 스타 모시기로 무분별하게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출연이 잦으니 방송 내용이 겹치기도 한다. 8일 방영된 KBS2 ‘박중훈 쇼’에서 소녀시대는 “인기는 계절 같은 것” “연습생 시절 있었던 시샘이나 질투가 이젠 없다”고 말했으나 이 말은 4일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서 이미 나왔던 이야기다.

하지만 소녀시대의 인기에 힘입어 시청률을 올리려던 제작진의 의도가 빗나가기도 한다.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소녀시대가 출연한 날 ‘무한도전’과 ‘상상플러스’의 시청률은 각각 16.7%와 9.5%를 기록했다. 전주의 17.3%와 13.9%보다 떨어졌다.

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이렇게 같은 팀이 여러 프로그램에 과다 출연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해 방송국과 시청자가 같이 피해를 보는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 된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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