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아 “푼수 다음엔 슬픈 멜로?”

  • 입력 2009년 1월 22일 07시 32분


“딸이 사준 2000원짜리 벙어리장갑, 이게 사는 맛.”

배우 이상아는 오랜만의 인터뷰라고 머쓱해하며 요즘 부쩍 성장한 딸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요즘 SBS 아침 드라마 ‘순결한 당신’(극본 김지은·연출 주동민)으로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이후 3년 만에 연기자로 활동을 재개했다.

‘순결한 당신’에서 이상아가 맡고 있는 역은 푼수 끼가 다분한 캐릭터 서유희. 그래서 딸의 가장 큰 불만은 “엄마는 왜 그렇게 망가져”라는 것이다.

일은 일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늘 뾰로통한 딸이 내심 신경 쓰인 건 당연한 일. 그러던 지난 해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딸이 촬영을 마치고 지쳐 돌아온 그녀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뜯어보니 문방구에서 파는 2000원짜리 벙어리장갑이더군요. 가슴 뭉클했죠. 드라마에 그 장갑을 끼고 몇 번 나왔더니 딸이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세월은 그렇게 흘렀다. 한때 하이틴 스타로서 소년들의 책받침 속 사진에 단골로 등장했던 그녀. 이제 ‘순결한 당신’에 입고 나오는 요란한 의상을 만지작거리며 이상아는 “나도 어렸을 땐 ‘베스트 드레서’였는데…”라고 푸념을 늘어놓았지만 ‘안쓰럽다’기보다 연륜이 묻어나는 그 무언가가 더 크게 느껴졌다.

데뷔한지 올해로 25년째. 이상아는 그러나 “학교생활과 가정문제로 인한 공백을 빼면 15년 정도 일한 셈”이라며 “해가 갈수록 실감하는 건 역시 연기자는 무대 위에 있어야 비로소 살아있다는 것”이라는 의미 있는 말을 건넸다.

이상아는 이번 드라마 출연을 계기로 지속적인 활동에 나설 것을 팬들에게 약속했다. 망가진 캐릭터 뒤에는 무엇이 또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상아는 “주어지는 대로 최선을 다 해야 하는 게 연기자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한편으론 “기왕이면 슬픈 멜로 연기는 어떻게 안 될까”라고 위트 있게 말했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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