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드라마 제작 차질 잇따라

  • 입력 2009년 1월 13일 02시 55분


SBS ‘공부의 신’ 日 원작 판권 구입 실패 제작 포기

MBC ‘그대를 사랑합니다’ 외주사 자금난으로 무산

불황기 제작비 갈등 빈발… 작품 연기-소송 잡음도

지상파 방송사들이 제작비 조달의 어려움이나 저작권 계약 실패 등으로 기획 중인 드라마를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하고 있다.

SBS는 드라마 ‘타짜’ 후속으로 준비하던 ‘공부의 신’을 일본 만화 원작인 ‘꼴찌 동경대 가다’의 판권을 구입하지 못해 최근 포기했다. 일본 원작자가 판권을 팔려고 하지 않은 데다 외주 제작사와의 이견도 한 원인이 됐다. SBS는 올해 상반기 ‘패션왕’도 방영하려 했으나 해당 작가와 다른 방송사의 계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무기 연기됐다.

MBC는 ‘에덴의 동쪽’ 후속편으로 3월 방영할 예정이었던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외주 제작사가 제작비를 조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MBC 드라마국 관계자는 12일 “저작권과 제작비 조달 등에서 의견이 엇갈렸다”고 말했다. MBC ‘개인의 취향’도 캐스팅 문제로 무산됐으며 ‘우리 집이 자빠졌다’는 대본 작업이 늦어져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MBC 드라마국의 한 PD는 “제작사는 투자 여력이 부족하고 광고가 줄어든 방송사도 제작비를 낮춰야 하는데 매니지먼트사는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기 불황으로 파이가 작아지면서 타협의 폭이 좁아지고 드라마가 기획 단계에서 무산되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이 차질을 빚으면서 제작진이 투자사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일도 빚어졌다. SBS에서 6월 방영할 예정인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의 제작사인 뉴포트픽쳐스의 강철화 대표를 비롯해 최완규 작가, 유철용 SBS PD는 지난해 12월 18일 투자사인 ‘티이씨’로부터 “22억 원을 투자했지만 계약에 따른 시나리오 집필, 연출, 드라마 제작을 하지 않았다”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강 대표는 12일 “‘태양을 삼켜라’를 6월 SBS에서 방영하기로 하고 2월에 촬영에 들어가려는 상황에서 투자 금액을 돌려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았으므로 티이씨 대표를 명예 훼손과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투자사가 사정이 어려워지자 제작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상파 드라마의 수익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광고 판매와 연동해 제작비를 나중에 받는 방안도 방송가에서 나오고 있다. KBS2 월화극 ‘꽃보다 남자’의 제작사 그룹에이트는 제작비를 적게 받는 대신 드라마에 대한 광고 판매에 따라 나머지를 보전받기로 했다.

SBS 구본근 드라마국장은 “불황이 지속되면 제작비 충당이 어려워 도중에 제작이 중단되는 일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예전에는 출연료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연기자나 스태프들이 일단 드라마를 만들어 방영한 뒤 받으려고 했다면, 이제는 방영 도중에 그만두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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