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저널로그] 최양락·배칠수 “웃겼을 뿐인데 몸조심 하라네요”

  • 입력 2009년 1월 8일 07시 46분


정치인을 포함한 사회명사들이 가장 많이 출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누리꾼들은 MBC 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오후8시∼9시)라고 입을 모은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방송에는 정치 원로인 ‘3김(金)’에서 시작해 전현직 대통령과 주변 권력자들이 수시로 출연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승엽 허재 이외수 등 대중 스타까지 총출동한다.

물론 퇴근길에 이 프로그램을 듣는 청취자들은 출연자들이 실제 인물이 아니라 배칠수(39)와 최양락(48)의 성대모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2002년 시작된 ‘3김 퀴즈’는 매일 저녁 퇴근길 시민들의 단골 청취프로다. 시작한 지 7년이나 됐고 현역에서 은퇴한 원로 정치인들의 얘기가 아직 귀를 사로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겨울 법한데 참 신기하죠? 아마 최고 권력자 출신들을 개구쟁이 아이들처럼 묘사했기 때문에 그런 듯해요. 청취층도 중년층이 많아 그런지 시대상황과 별개로 생각해 주는 것 같더군요.”(최양락)

MBC ‘100분 토론’을 패러디한 듯한 ‘대충토론’은 두 진행자의 내공이 폭발하는 블록버스터 콩트다. 동네 아저씨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가 벌이는 아슬아슬한 수위의 시사풍자가 청취자를 열광시킨다.

이명박 대통령을 빗댄 ‘불도저론’이나 강만수 장관의 ‘고환율정책’에 대한 풍자가 나올 때면 오히려 청취자들의 신경이 곧추 설 정도. 숨죽이며 낄낄거리던 청취자들은 “수박의 겉을 대충 핥아 달라”는 최씨의 정리 멘트에 겨우 한숨을 내쉰다.

“서민의 입장에서 나올 수 있는 상식(?)적인 개그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지 고민하지, 다른 고민은 사실상 없어요. 그런데 최근 우리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조심하라“고 난리더군요.”(배칠수)

어느새 50세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바라보는 최양락은 노태우 정부 시절 ‘네로25시’라는 정치개그를 만든 주인공이다. 배칠수 역시 성대모사가 빼어날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정치의식으로 ‘시사교양 방송인’ 이미지를 굳혔다. 때로는 방송 내용에 따라 인터넷에서는 이들의 정치색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이들은 “만약 딴 욕심이 있었다면 진작 정치판에 나섰을 것”이라 정색을 한다.

인터뷰 말미 최양락은 “후배 잘 만나 개그인생이 길어졌다”고 말했고, 배씨는 “양락 선배는 천상 희극인이다”며 고개를 숙였다. 둘은 자신들을 걱정해 주는 청취자에게 한 마디 던진다.

“개그는 개그일 뿐 오버하지 말자.”

정리= 정호재 동아일보 기자 demian@donga.com

개소문닷컴 안진홍 대표는?

2005년 아시아 최초의 한-중-일 댓글 번역사이트인‘개소문닷컴’을 설립하며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허위와 가식이 아닌 땀내 나는 보통 사람들의 생존 스토리에 관심이 많다. 이 코너를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 ‘딴따라’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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