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원의 도쿄통신] 나는 조개가 되고싶다의 물량공세

  • 입력 2008년 11월 30일 14시 02분


사상 최대의 홍보 융단폭격을 퍼부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 ‘나는조개가 되고 싶다’가 22일 일본 전역에서 뚜껑을 땄다.

우리나라였다면 ‘전파 낭비’운운하는 곁눈질을 받았을지 모르는 이 영화의 파격적인 홍보 활동이 과연 흥행성적으로 행복한 연장선을 그릴 지 관심을 모은다.

‘나는 조개가 되고 싶다’의 ‘나’에 해당하는 주인공은 바로 인기그룹 스마프의 리더 나카이 마사히로. 국내에서는 기무라 타쿠야, 초난강 등 다른 스마프의 멤버에 비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 내에서는 고시청률을 자랑하는 예능 프로그램 5편을 MC로서 호령중인 국민스타다.

연간 수익이 기무라 타쿠야를 능가할 뿐 아니라 전연예인을 통틀어도 수위를 다투는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의 마지막 날에도 NHK ‘홍백가합전’의 MC를 담당하며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사회자의 명성을 자랑할 예정이다.

그런 그가 6년 만에 출연한 영화가 ‘나는 조개가 되고 싶다’다.

제 2차 세계대전에 징병된 평범한 이발사가 상관의 명령으로 포로를 죽이고 종전 후 전범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는다는 스토리를 다룬 이 영화는 전쟁의 비극성을 다루면서도 도쿄재판의 부당함도 은근히 비추는, 지극히 일본적인 작품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시나리오를 쓴 하시모토 시노부가 각본을, 인기여배우 나카마 유키에가 나카이 마사히로의 부인 역을, 괴물밴드 ‘미스터 칠드런’이 주제곡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음악 파트너인 히사이시 조가 음악 감독을 각각 맡은 이 영화는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초호화 진용을 자랑한다.

일본적이며 호화로운 것은 영화 자체만이 아니었다.

‘캠페인’이라 불리는 주연 배우의 홍보 활동도 번쩍번쩍 빛을 냈다. 이 영화를 위해 9kg의 체중 감량과 삭발을 마다하지 않은 나카이는 스마프의 전국투어, 방송활동 등의 틈을 비집고 전국 28곳을 순회하며 지역방송 출연, 시사회 참석 등을 진행하는 이례적인 발품을 팔았다.

개봉일이 가까워지자 일본 방송은 ‘조개’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기본적으로 연예인의 홍보에 대단히 관대하고 협조적인 일본 방송이지만 이번 경우는 통례를 상회했다.

20일의 경우, 오후 8시 나카이 마사히로가 진행을 맡는 TBS ‘우타방’에는 ‘미스터 칠드런’이 출연해 주제곡을 열창하고 조개를 활용한 게임을 펼쳤다.

이 방송이 끝나자마자 오후 9시 후지TV ‘톤네루즈노 미나상노 오카게데시다’은 나카이를 게스트로 내세웠다.

다음달 21일 후지TV ‘이이토모’는 방송 27년 만에 처음으로 고정 출연자를 게스트로 초대하는 파격을 단행해 나카이에게 맘껏 영화를 홍보하라고 멍석을 깔아줬다.

그날 그가 MC직을 맡고 있는 TBS ‘킨스마’는 영화의 주제와 관련 있는 휴먼드라마 형식의 내용을 특집으로 마련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리고 개봉일인 22일. TBS는 메이킹 필름과 출연진의 토크를 결합한 특집프로그램을 장시간 방송했다.

국내에서 단일 영화와 한 스타가 이토록 전파를 장악한다면 ‘지겹다’, ‘방송이 누구의 사유물이냐’며 인터넷이 부글부글 달아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송의 편애에 손가락질하는 일본인은 없어 보인다. 그 배경에는 일단 일본 방송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카이라는 스타의 영향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홍보하되 방송 자체의 재미도 간과하지 않는 프로그램의 성의 있는 구성도 시청자에게 설득력을 안기는 요소다. 일본에서는 홍보도 때로는 흥미로운 사건이자 이벤트가 된다.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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