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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13일 2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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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넥스트의 마왕(별명), ‘고스트스테이션’의 인기 DJ, 언변의 달인 ‘쾌변독설가’ 등 기존에 그를 보았던 이미지는 잠시 잊자. 냉정하게 ‘연기’를 바라볼 차례다.
별 1개? 별 5개? 주관적인 점수표는 관객들이 작성할 차례다. 신해철 출연이라는 말에 당장 공연장으로 달려갈 것인가, 그가 나오기에 도리어 관람을 피할까? 50% 확률이다. 공연장에 가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존재, 뮤지컬 신인 신해철이다.
○ 신해철, 연기하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배우로서 나는 평가절하 돼있다. (웃음) 나름 유명배우다. 히트작 ‘안녕, 프란체스카’가 있다. 이후에 대본이 안 들어와서 출연을 못했지만, 재미있다. 연기에 몰입해 대사를 하고 있으면, 캐릭터가 나인지 그냥 껍질이 나인지 느껴지는 즐거움이 있다. 매일 밤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랄까? (배우) 기질도 있는 것 같다.”
○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에 출연한 이유는?
“지금까지 뮤지컬에 참가를 못한 이유는 뮤지컬은 1년 동안 몇 달을 통째로 할애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었다. ‘마리아 마리아’는 담당자가 ‘노래와 대사가 몇 줄 안 된다’고 섭외했다. 와보니 웬 걸? 그게 아니었다.
이러다가 다른 단원들에게 민폐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한다. 넥스트 콘서트는 잘못하면 내가 뒤집어쓰면 되는데 뮤지컬은 다르다. ‘가수가 유명하다고 데려왔더니 잘 못한다’그러면 나도 망신스럽지만, 뮤지컬 하시는 분들한테 폐가 될 것 같아서 긴장을 많이 하고 단원들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마리아 마리아’가 창작 뮤지컬이고, 몇 해를 선전한 작품이다. 창작 뮤지컬이 싸우고 있는 곳에 뛰어드는 게 내 인생에 의미가 있단 점이 출연 결정하는 데 많이 작용했다.”
○바리새인 역할의 만족도는?
“재미있다. 예수 역을 하라면 10리 밖으로 도망갔을 텐데… 해낼 수도 없다. 바리새인이라는 인물은 예수를 결국 죽이는 인물이다.
입체적인 방식으로 죽인다. 내가 기억하는 첫 연극 무대는 초등학생 때 주일학교 연극이었다. 광야에서 예수를 유혹하는 사탄이었다. 이후로 크고 작은 학예회에서 항상 악역 전문이었다. 바리새인을 맡게 됐을 때 ‘올 것이 왔다’, ‘악역전문배우로 거듭나자’고 생각했다.
‘마리아 마리아’가 선교극을 벗어난 지는 오래됐다. 나도 무신론자다. 종교적 감화 이런 목적이 아니다. 한 수 배우려고 하고 있고, 배우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리고 뮤지컬 실전에 대해 배우고 있다. (관객들이) 현장에 와서 보니 ‘실제로 더 잘 생겼더라’ 이런 거 느꼈으면 좋겠다.”
○ ‘마리아 마리아’공연 팀의 팀워크는 어떤가?
“뮤지컬 쪽에 와보니 ‘다른 극단도 분위기가 이렇게 좋냐?’고 물을 정도로 일가친척으로 이뤄진 극단 같다. 백 스테이지 오면 히트인데, 저를 챙겨주느라 바쁘다. ‘유치원 자모회’도 아닌데… 내가 길치인데다가 복잡한 구조물에서 공연해 본 적이 없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보이지 않는 형체가 내 손을 잡아끌어준다. 야맹증이 있어서, 어디로 나가야 할지 몰라 왼쪽 계단으로 내려올 때 누가 나를 안아서 내려온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오빠 이쪽!, 형 이쪽! 이쪽!” 그러면서 뒤에서 챙겨준다. 다른 배우의 협조가 없다면 혼자서 존립이 불가능한 창피한 입장이다. (웃음) 귀여움 받으면서 잘 하고 있다. ‘계속 이러고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행복하다.
뮤지컬 백 스테이지에서 아름답게 화합하는 단원들의 모습이 자극이 돼서 오히려 넥스트 앨범 녹음 속도가 빨라졌다. 넥스트 멤버들에게도 뮤지컬 배우들이 매일 똑같은 연기를 되풀이하는 데도 그 정열을 어떻게 유지하고 보여주는지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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