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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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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내 들어온 해외 문화 텍스트 중에는 미국 시장에선 성공했으나 한국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인 경우도 있다. 이 같은 흥행을 보인 뮤지컬, 드라마, 팝 속에 담긴 ‘K(Korean) 코드’를 짚는다.
○뮤지컬-로맨틱은 되고 불협화음 안 되고
뮤지컬은 멜로디를 강조한 노래로 이어지는 로맨틱 코미디가 한국 시장에서 기본은 한다는 평.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로 한국에서 흥행한 대표적인 예가 ‘올슉업’ ‘헤어스프레이’ ‘오페라의 유령’ ‘맨오브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 등이다. 노래보다 뚜렷한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를 중시하는 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원작의 앞뒤 순서를 바꾸기도 한다.
반면 ‘십계’ ‘벽을 뚫는 남자’ 등 스토리가 아닌 노래로 극을 이끌어가는 프랑스식 ‘송스루(Song Through)’ 뮤지컬은 한국에서 대부분 실패했다. 음과 음이 서로 충돌하고 어긋나는 불협화음이 많은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도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국내 무대에 오른 손드하임 뮤지컬 중 ‘스위니 토드’는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겼고 ‘컴퍼니’ ‘어새신’ 등은 실패했다. 세 뮤지컬은 모두 미국 시장에서는 크게 성공한 작품이다.
○사극 정치 법정드라마는 피하라
케이블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국 드라마 중 ‘그레이아나토미’ ‘로스트’ ‘프리즌 브레이크’는 미국과 한국에서 성공했다. 하지만 정치 드라마인 ‘웨스트 윙’과 미드 사극인 ‘튜더스 천년의 스캔들’은 한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미드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법정 스릴러는 기피 아이템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인간의 심리보다 볼거리가 많은 큰 스케일의 드라마가 한국 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극중에서 주인공만 부각되는 ‘독불장군 캐릭터’보다 여러 인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한국인이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OCN 우종상 편성PD는 “괴짜 의사가 주인공으로 도드라진 ‘하우스’보다 병원 내 의사들 간의 관계를 다룬 ‘그레이아나토미’의 성공이 이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 쉬운 영어 가사-중독성 후렴구의 힘
조나스 브러더스, 릴 웨인, 리오나 루이스, 도트리 등 빌보드에서는 1위를 휩쓸었지만 한국에서는 주춤했던 대표적인 예다. 반면 제니퍼 로페즈의 ‘브레이브’ 니요 ‘매드’ 등은 한국 직배사도 예측하지 못했던 의외의 히트곡. 빌보드 차트 1위라는 이력은 이제 한국에서의 흥행보증수표가 될 수 없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멜로디를 선호하는 특유의 취향과 쉬운 가사 등을 한국형 팝의 조건으로 꼽는다. 제임스 블런트의 ‘유어 뷰티풀’, 얼리셔 키스의 ‘노 원’이 국내에서 인기가 높았던 이유는 쉬운 영어 후렴구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음악평론가 배순탁 씨는 “멜로디는 한국에서 팝이 살아남기 위한 변하지 않는 명제”라며 “흑인 음악 중에서도 멜로디 중심의 알앤비 스타일을 지향한 크리스 브라운, 얼리셔 키스 등과 록음악이지만 멜로디를 중시하는 린킨 파크와 원 리퍼블릭이 살아남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염희진 기자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