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고… 들이대고… ‘줌마테이너’ 떴다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9분


“앞뒤 안 가리는 생활밀착형 입담이 바로 ‘줌마테이너’의 힘이죠.” 16일 오후 11시 경기 고양시 MBC 드림센터 2층 분장실에서 한성주 임예진 이승신(왼쪽부터)이 수다를 떨고 있다. 염희진 기자
“앞뒤 안 가리는 생활밀착형 입담이 바로 ‘줌마테이너’의 힘이죠.” 16일 오후 11시 경기 고양시 MBC 드림센터 2층 분장실에서 한성주 임예진 이승신(왼쪽부터)이 수다를 떨고 있다. 염희진 기자
임예진-이승신-한성주 3인의 솔직 수다

“언니, 날 보고 ‘여자 이휘재’라고 하니까 속상해. 남자한테 어떻게 할지 몰라서 말 거는 건데 그게 들이대는 거유?”(한성주·34)

“어머 얘, 그럼 내가 ‘여자 조형기’라는 말 들었을 땐 기분이 어땠겠니. 너만 아니면 되는 거야.”(임예진·48)

“맞아, 땐 굴뚝에만 연기 나는 게 이 바닥이야.”(이승신·39)

“아니야,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 나더라.”(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속삭이며) 정말 연기 나?”(이)

16일 오후 11시 경기 고양시 MBC 드림센터 2층 대기실. 3시간 동안 진행된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세 바퀴’ 녹화를 마치고도 한 번 터진 수다는 그칠 줄 모른다. 이날 모인 이들은 ‘줌마테이너(아줌마+엔터테이너)’ 임예진 이승신 한성주.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아줌마 엔터테이너들이다. 이경실 박미선 등 이 프로그램의 대표 주자 틈에서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는 이들의 분장실 수다를 들었다.

―10년 전만 해도 오락 프로그램에서 웃길 줄 상상해봤어요?

▽한=아나운서 시절 방송에서 정답만 얘기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정답을 얘기한다고 내가 똑똑한 게 아니거든. 아나운서 때는 ‘미스코리아가 무슨…’이라던 이들이 오락물에 출연하면 ‘아나운서가 무슨…’ 그래요. 내 인생은 내 건데 남의 잣대를 쫓아가면 내가 없어지더라고. 이제야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요.

▽임=맞아. 어릴 적부터 쌓아온 이미지는 짐일 뿐이죠. 남편도 처음엔 꺼리더니 요즘엔 출연료를 나누자고 해요. ‘백치 예진’이라는 별명이 속상하긴 한데 참을 만해요.

이휘재의 장난에 매번 넘어가는 임예진이 ‘백치 예진’이라면, 이승신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4차원 캐릭터’로 불린다.(인터뷰 초반 그는 “여자끼린데 뭐 어때”라며 옷을 훌러덩 갈아입어 기자를 당황케 했다.) 한성주도 이 프로그램에서 이혼 사실을 밝히며 모든 남자에게 열려 있는 철없는 ‘돌싱’ 캐릭터로 탈바꿈했다.

▽한=(이혼은) 과거 일이잖아요. 상대에게 누가 안 된다면 이혼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는 게 고맙죠. 경실 언니가 ‘너 갔다 왔잖아!’라고 말해 이혼 사실이 밝혀졌어요. 처음엔 당황했는데 주변에서 그렇게 터뜨려 주니 속이 시원했어요.

▽이=이혼했다 재혼한 게 뭐, 범죄인가요? 이혼 재혼이 양지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혼의 신혼 생활도 웃음 소재가 될 수 있어요.

▽한=맞아. 나도 이혼하는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몰라 고생 좀 했거든.(일동 웃음) 이혼에 얽힌 것들이 당당히 공개돼서 제 또래들이 나 같은 실수 안 했으면 좋겠어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배우나 아나운서로서 잃는 게 없는지.

▽임=어릴 적 철없이 연기를 시작해 35년이 넘었어요. 이젠 정말 연기를 잘하고 싶어요. 삶에 찌든 아낙네 역을 해보고 싶은데 이렇게 철딱서니 없는 걸 하니 고민되긴 해요. 하지만 이건 내 고민이고.

▽한=이 언니 또 샌다.

▽임=그러니까 내 주식(主食)은 드라마라는 얘기지.

▽이=난 예능에 맛 들었어요. 전 원래, 밝은 역을 해보고 싶었거든. 그런데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캐스팅 안 되면 못하는 거잖아요. 지금이 좋아요. 예능이 김치찌개고 드라마가 된장찌개다, 그럼 김치찌개가 맛있으니 일주일 내내 김치찌개만 끓여먹는 거예요. 그늘진 삶을 살 때가 있었는데 좋은 남자 만나 재혼까지 했으니 만날 꼬집어요. 이게 꿈이야 생시야. 방송에서도 언제 이렇게 팔짝팔짝 뛰면서 살겠어요.

▽임=얘, 그래도 인생, 재미로만 살 수 없는 거다. 4차원 캐릭터 언제든 홱 버려질 수 있는 거고. 연기는 해야 돼.

▽이=괜찮아 언니, 난 지금 행복해.

서로의 말을 가로막으며 한마디라도 더 하려는 통에 수다는 밤 12시를 넘겼다. 자신이 아줌마라고 느낄 때가 언제인지 묻는 질문에도 다들 쉽게 수긍하며 근거를 대기 시작했다.

▽이=미스코리아든 배우든 집 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여자는 전업주부예요. 우리도 구정물에 손 담그고 걸레질하고 다 해요.

▽임=난 아니야, 얘. 그 대신 육아를 열심히 했지.

▽이=음 그리고, 예쁜 여자 있으면 어떻게든 끌어내리고 싶은 마음? 삼삼오오 모여 할 게 없으면 자기가 쓰던 샴푸 욕도 하는 게 아줌마야.

▽한=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흥분해 주는 게 아줌마 아닐까요. 여기 언니들 다 똑같아. 동생들이 어설프게 웃기면 어찌나 따끔하게 야단을 치는지. 그게 정이 많아서 그런 거죠. 아줌마는 어쩔 수 없다니까.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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