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황금기’ 이소연 “공주옷 벗고 운동복 입자 불면증 말끔”

  • 입력 2008년 9월 17일 07시 38분


상념이 늘면 불면증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또 잠을 못자면 상념은 어김없이 더해진다. 연기자 이소연(사진)은 최근까지 이런 상태를 오갔다.

그녀는 데뷔 후 10번째 출연작인 MBC 주말극 ‘내 인생의 황금기’(극본 이정선·연출 정세호·이하 ‘황금기’)를 결정하고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혹독한 성장통을 겪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불면증으로 잠 못 드는 날이 늘었어요.”

이소연 스스로 불면증에 대해 내린 결론은 날로 커지는 연기에 대한 욕심 때문.

“할수록 익숙해지는 게 연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점점 가슴 속에 뜨거운 게 끓어오르는 기분이에요.”

특히 그녀의 마음이 복잡해진 것은 간단치 않은 이번 역할 탓이다. 극중 이소연이 맡은 이금은 고교 육상코치인 건강한 여자다. 하지만 속으로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을 감추고 살면서도 병에 걸린 친아버지의 치료비를 10년째 홀로 감당하는 남다른 사연을 지니고 있다.

앞서 이소연이 출연했던 ‘봄의 왈츠’나 ‘우리 집에 왜 왔니’의 역할처럼 표독하거나 앙큼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소연은 오히려 이전 역할이 더 쉬웠다고 했다. “너무 단순해서” 악역 연기가 편하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그만큼 이금이란 인물은 그녀에게 큰 부담이었다.

“이번에는 감정을 계속 억눌러야 하는데, 웃고 있으면서 속으론 우는 느낌이랄까. 큰 상처마저도 악착같이 극복하는데 연기하면서도 ‘세상에 이런 여자가 있을까’ 궁금할 때가 있어요.”

그러나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에 그녀를 괴롭히던 불면증을 말끔히 해소해준 치료약은 다름 아닌 부담스럽다던 극중 역할이었다. 이소연은 이금으로부터 희망과 용기를 얻는 묘한 경험을 맛봤다.

배우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통을 통과한 이소연은 일찌감치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극원에 입학해 연기의 기본기를 다진 주인공이다. 춤과 음악 등 다양한 교육 기회를 아낌없이 지원해준 부모 덕분에 또래 연기자와 달리 저예산 영화 ‘깃’이나 ‘눈부신 하루’ 등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었다.

“꾸준히 연기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행운이에요. ‘황금기’에서 운동복 차림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서지만 자신감이 더 생겨요. 공주처럼 꾸며도 무언가 모자란 기분이었는데 이번엔 달라요.”

새침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속내를 꾸미지 않고 꺼내놓는 담백한 대화법을 구사하는 이소연은 “10번째 출연작이지만 자랑할 마음은 없어요”라고 말했다. 다행히 이런 반성은 이소연에게 “‘황금기’를 통해 아픔과 사랑, 눈물로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싶어요”라는 목표를 세우는 원동력으로 이어졌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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