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랑… ‘조강지처’들의 위험한 줄타기

  • 입력 2008년 8월 19일 03시 01분


■ SBS드라마 ‘조강지처클럽’ 등장인물들의 법적 책임은

“어휴, 저걸 보고 가만있어?”

높은 시청률만큼 비난도 많이 받는 드라마 SBS ‘조강지처클럽’(토 일 오후 10시)을 보는 시청자들의 말이다. 일부이처를 비롯해 가정 폭력과 폭언이 빈번하고, ‘자기 남편과 바람난 여자의 전 남편’과 재혼을 한다는 난감한 설정이 이어진다.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 중 한원수 한심한 모지란은 대표적으로 비난받는 캐릭터다. SBS ‘TV 로펌’에 출연 중인 강희정 변호사의 자문으로 이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따져봤다.

○ 한원수: 내연녀에 모욕죄로 고소 당할수도

자식을 버리고 가출한 내연녀 모지란(김희정)에게 “약발 다 떨어졌다”며 나가라고 하는 남자다. 조강지처 나화신(오현경)을 버린 것처럼 첩도 버린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한원수(안내상)의 행동은 조강지처와 내연녀에게 가하는 폭력. 원수는 “멸치 똥만큼 사랑한 적 없다”며 여자를 바닥에 내팽개치는가 하면 “넌 왜 이렇게 생겨먹었느냐”며 모욕을 준다. 지란은 당하기만 할 뿐이다. 복수라고 한다는 게 원수가 마실 꿀물에 자신의 팔을 문지른 얼음을 넣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원수와 남남 사이인 지란은 공공장소에서까지 폭언을 일삼는 원수를 모욕죄로 형사 고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신적 위자료로 최대 1000만 원까지 요구할 수 있다.

방영 초반 원수에게 맞았던 아내 화신도 가정폭력으로 신고할 수 있다. 다만 원수가 도구를 이용하지 않았고 상해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가정보호사건으로 간주돼 지란의 경우보다 처벌 수위가 낮아진다.

최근 원수는 화신과 재결합하겠다며 몰래 구청에 가서 협의 이혼을 취소했다. 약삭빠른 원수의 행동에 화신은 사기죄로 고소하겠다고 했지만 법으로 구제할 방법은 없다. 강 변호사는 “협의 이혼 할 것처럼 행동하다 나중에 말도 없이 이혼 의사를 철회하는 것은 현실에서도 자주 발생한다”며 “원수의 행동이 얄밉지만 사기죄로 고소할 수도, 강제로 이혼을 성사시킬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 모지란: 부부처럼 살고도 사실혼 보호 못받아

모지란은 원수를 사랑해 가출까지 했다가 그녀의 말처럼 ‘씹다 버린 껌’이 돼버린 불륜녀. 원수는 지란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구박한다. 강 변호사는 “지란은 처음부터 원수가 유부남인 줄 알면서 불륜을 저질렀기 때문에 그런 지란의 애정까지 법이 보호하지 않는다”며 “혼인빙자 간음죄로 원수를 고소하는 것도 법률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오히려 지란은 화신에게 간통죄로 고소를 당할 수 있고, 위자료도 원수와 함께 통상 2000만 원까지 줘야 한다.

현재 지란이 집안일과 내조를 하고 있지만 아내로서의 권리도 인정받지 못한다. 민법이 보호하는 ‘사실혼’은 순수하게 부부관계를 맺는 가운데 단지 혼인신고만 되어 있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법률상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조강지처를 내쫓고 둘이 부부처럼 행세한다고 해도 이는 불륜의 연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 안양순: 한심한에 위자료-재산분할 청구 가능

내연녀 복분자(이미영)와 오랫동안 바깥살림을 하던 한심한(한진희)은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자 첩과 함께 조강지처 안양순(김해숙)에게로 돌아온다. 양순은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작은댁’과 잘 지내고 있지만 현실에선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양순은 심한과 이혼하고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으며 분자에게도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간통죄 고소는 어려운데 본처인 양순이 오랫동안 심한과 분자의 관계를 용인했기 때문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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