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 부모모임 “MBC 언론중재위에 제소”

  • 입력 2008년 8월 4일 03시 02분


“자식걱정 인터뷰를 탈영 찬성하는 것처럼 편집”

‘생방송 오늘아침’ 제작진 “연락없이 방송 죄송”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생방송 오늘 아침’의 인터뷰 왜곡 논란에 대해 전·의경 부모들의 모임인 ‘전·의경사랑시민모임’은 MBC와 프로그램 제작진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모임의 신찬형 회장은 3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2일 저녁 시위 참관을 위해 모인 15명의 부모가 모임을 갖고 MBC의 인터뷰 왜곡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 문제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고 이번 주 언론중재위에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생방송 오늘 아침’ 제작진은 지난달 4일 “고생하는 전·의경들의 인권에 대해 취재하겠다”며 취재 협조를 부탁했다. 제작진은 지난달 4, 5일 부모들이 시위 현장에서 전·의경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장면을 촬영하고 전·의경 부모 7명을 인터뷰했다. 그 후 7명 중 한 명인 김모(50·여) 씨의 인터뷰 가운데 일부가 지난달 29일 부대 복귀를 거부한 이길준 이경의 행동에 찬성하는 듯한 내용으로 방송됐다.

신 회장은 “방송이 예정된 날짜에 나가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인터뷰 앞뒤를 잘라낸 채 마치 전·의경 부모들이 이 이경의 행동에 찬성하는 것처럼 인터뷰를 인용한 것은 언론의 도리를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어 “2일 모임에서는 MBC에 대해 민형사 소송까지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면서 “언론중재위와는 별개로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과 상의한 뒤 민형사 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는 시민모임 측의 항의를 받고 뒤늦게 사과에 나섰다. 제작진은 신 회장에게 전화로 “사전 연락 없이 인터뷰를 사용해 미안하다. 부모님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 죄송하다”는 내용을 전한 뒤 “방송 당일 시스템의 문제로 방송에 나가지 못했다”며 시민모임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렸다.

그러나 시민모임의 한 관계자는 “부모들이 분노한 것은 자기들 멋대로 인터뷰를 왜곡했기 때문인데 MBC가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생방송 오늘 아침’의 이종현 책임PD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취재 요청을 할 때 인터뷰의 목적이 ‘부모들의 어려운 입장을 방송하겠다’라고 밝혔고, 본래 취재 목적과 어긋나지 않게 방송됐다”며 “전경도 시민도 다 피해자라서 전경 부모님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PD는 방송에서의 사과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은 그럴 계획이 없다”며 “인터뷰한 가족에게 방송이 언제 나간다는 고지를 해주지 않아 그 부분에 대해 시민모임의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린 것”이라고 답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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