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北주민 위해 깃발 드는 것이 시대적 사명”

  • 입력 2008년 6월 6일 02시 53분


연합뉴스
차인표 씨 ‘크로싱’ 촬영 소감

“인권을 짓밟히면서도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깃발을 드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성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영화 ‘크로싱’ 시사회가 끝난 뒤 이 영화의 주인공 차인표(41) 씨는 인터뷰에서 “탈북자 영화에 출연했다고 해서 갑자기 탈북자를 돕자고 나서는 건 적절치 않을 수도 있지만 이번 촬영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맡은 ‘용수’ 역은 임신한 아내가 영양실조로 폐결핵에 걸리자 약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북한을 탈출한다. 이 영화는 용수와, 아버지를 찾아 나선 아들 ‘준이’의 엇갈리는 과정과 함께 북한 주민의 비참한 생활상을 그린다. 2002년 3월 탈북자 25명이 중국 베이징 주재 스페인대사관에 진입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차 씨는 “무조건 탈북자가 착하니까 돕자는 게 아니다”라며 “길거리에서 개가 맞아도 도와주는 게 인간의 마음인데 우리가 조금씩 다가가서 치유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촬영장인 사막에서 길을 잃었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고비 사막에서 촬영할 때 행글라이더를 타고 차로 2∼3시간 걸리는 곳에 있는 숙소까지 가던 도중에 사고가 나서 사막 한복판에 불시착하는 조난을 당했다”며 “얼마 안 되는 거리를 걸으면서, 살기 위해 이 사막을 지나가야 했을 탈북자들의 심정을 헤아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극중 준이처럼 열한 살짜리 아들이 있다. 부모의 처지에서 연기를 하다 보니 ‘내 아이가 저렇게 아사 직전에 이르는 힘겨운 상황이 되면 어떨까’ 했다”며 이야기하는 도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차 씨는 “흥행 여부를 떠나 사람들이 한 생명을 위해 울어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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