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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16일 0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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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니저는 스타 손과 발
“매니저 오빠, 대본 밑줄치고 공부하세요”…“엥??”


밴 승합차의 문을 열자 좌석 위에 검은 가죽 가방이 놓여 있다. 김하늘은 “준비 가방”이라며 “무겁겠지만 메라”고 했다.
‘준비 가방?’ 가방 속의 내용물은 이렇다. ‘온에어’의 20회와 21회 대본 2부, 이날 촬영 일정이 적힌 스케줄표, 그녀가 촬영 중 마실 물 2통, 껌 한 통, 200여 장에 달하는 사인지 2종, 사인 전용 매직 2개, 색깔 별 볼펜 3개, 그리고 바나나 우유였다. 김하늘은 내용물을 일일이 꺼내 설명을 했다.
“스케줄표에 따라 대본을 먼저 읽고 저랑 얘기를 해야 해요. 매니저 오빠 생각을 말해 달란 말이죠. 볼펜은 밑줄 그으면서 공부하라고 있는 거죠. 그리고 저는 전용 사인지에 사인해 팬에게 드려요. 아무 데나 해드리는 건 성의없어 보여 싫어요. 바나나 우유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료구요.”
승합차 보조석에 자리를 잡으니 그녀가 불쑥 “운전 안 해요?”라고 했다. 1종 면허는 있는데 차가 워낙 큰 데다 밴 운전이 처음이라 ‘혹여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지 않은가’라고 손사레를 쳤다.
김하늘이 정색을 했다. “사고 나면 ‘기자 운전 미숙으로 김하늘 교통사고’라고 나중에 기사 쓰면 되겠네. 오늘은 배우와 매니저로 한 배를 탔으니 내 목숨 한 번 맡겨보죠!”
#2. 무엇이든 척척
“인천엔 없어요, 서울서 청바지 좀”…“헉!!”

“매니저 오빠 말이 맞는 것 같은데요. 차 안에 청바지 있죠? 청바지에 반팔 셔츠로 합시다.”
불행히도 청바지는 움직이는 옷장이나 다름없는 밴 승합차 안에 없었다. 급기야 서울에서 인천공항까지 청바지와 수수한 반팔 셔츠가 공수됐다. 본격적인 촬영까지 남은 시간은 5분. 옷가방을 길바닥에 펼쳤다.
#3. 스타마음까지 척척
“눈물이 안 나와 어떡해요”…“우! 난 울고 싶어라”

슬픈 생각을 해보라고 했더니 김하늘은 피식 웃었다. “매니저 오빠는 슬픈 생각하면 울컥 눈물이 나요?”라고 되물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기자와 김하늘은 촬영장 한 켠에 서서 오승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온에어’에서 톱스타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그 여자, 오승아. 극 초반부 성 상납 파문에 최근 몰카 비디오 연루까지 유명세 만큼이나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왔다.
“동료애를 느끼죠. 실제로는 겪은 바 없는 사건들이지만 같은 배우로서 연민의 감정을 갖고 동정하죠. 오승아는 큰 사건을 겪었지만 의도하지 않은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 느꼈던 내 감정의 깊이와 같다고 생각해요. 화려하지만 측은한 여자죠.” 그래서 김하늘의 마지막회 눈물 연기는 오승아를 향한 ‘측은지심’에서 비롯됐다. 눈이 퉁퉁 부었다. 무려 4시간 동안 감독의 사인에 따라 울고 멈추고를 반복했다.
오전 11시에 만나 하루를 넘긴 15일 새벽 3시 김하늘과 작별 인사를 했다. 16시간. 통상 인터뷰 시간이 대개 1시간 정도임을 감안하면 16번의 만남을 단 하루에 해치운(?) 셈이다. 마지막 촬영 후 김하늘은 한동안 밴에 혼자 앉아있었다. 침묵은 인천공항에서 톨게이트를 벗어나는 20여분간 이어졌다. 김하늘이 입을 열었다. “매니저 오빠, 다음엔 무슨 역할 해야 하죠? 막연하게라도 생각이 안나요. 당분간 오승아와 헤어지기 힘들 것 같아. 그간 내가 작품에서 만난 수많은 여자 가운데 그녀는 ‘굿’도 아닌 ‘베스트’였거든요.”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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