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세계로 간다]새 금맥 찾자…미국으로 유럽으로

  • 입력 2008년 3월 24일 08시 58분


《한국 영화가 ‘위기에 놓였다’는 말은 이제 진부하다. 충무로는 지금 ‘보릿고개’를 한창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영화계는 스크린쿼터 축소와 흥행 부진, 투자 위축 등으로 인한 침체를 떨쳐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 시장은 그 뚜렷하고 유력한 돌파구다. 충무로는 이제 세계를 향해 뻗어가고 있다. ‘스포츠동아’는 창간을 맞아 해외로 나가는 한국영화의 부푼 꿈과 희망, 현실을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

“나도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고 말 거야.”

배우 이병헌이 1990년대 후반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그것이었다. 결국 2006년 ‘달콤한 인생’으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이병헌은 이후 ‘씨클로’와 ‘그린파파야의 향기’의 트란 안 홍 감독이 연출하는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 이어 또 다른 할리우드 진출작 ‘G.I.조’의 촬영을 시작했다.

전지현도 ‘엽기적인 그녀’로 자신을 해외에 알린 뒤 할리우드 진출을 노렸고 다국적 프로젝트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로 본격적인 해외 공략에 나섰다.

또 전도연은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는 한국 배우의 위상이 그만큼 커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리고 그 배경에 한국영화가 해외에서 얻은 성과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 수출 격감 ‘휘청’…그래도 미래는 해외에 있다

한국영화가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 ‘서편제’와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 대형 흥행작의 바탕 위에서 ‘친구’를 시작으로 폭발적인 흥행세를 예고했다. 이후 한국영화는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했고 실제로 2001년 한국영화 수출 규모는 2000년에 비해 무려 59(영화진흥위원회 자료, 이하 영진위)나 늘었다.

하지만 불과 6년 만에 분위기는 반전됐다. 영진위의 2007년도 결산 자료를 보면 한국영화 수출 규모는 2006년에 전년 대비 68감소했으며 지난해에도 2006년보다 절반이 줄어들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2005년 한국영화 수출의 70수준을 차지했던 일본 시장이 대폭 움츠러든 탓이다. 한국영화의 일본 수출은 2006년 40대, 2007년에는 20대로 낮아졌다.

그나마 유럽과 남미, 아랍 등의 시장이 규모를 유지했거나 오히려 늘어나 감소폭을 줄였다.

그럼 왜 해외 시장일까. 한국영화 관계자들은 국내시장만을 겨낭하기엔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늘어난 제작비 규모에 걸맞는 수익을 얻는 유력한 통로가 해외시장이라는 것이다.

● 배우 할리우드 진출·공동제작 증가…희망 보여

수출 감소를 두고 한국영화의 미래, 해외 진출의 전망을 암담하게 보는 것은 성급한 시선이라는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 이제는 연기자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새로운 기대를 낳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많은 한국영화가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하며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고, 이제는 연기자들이 한국 문화 콘텐츠의 첨병으로 나섰다. 이병헌과 전지현 외에 장동건이 케이트 보스워스, 제프리 러시 등과 함께 ‘런드리 워리어’의 촬영을 최근 마쳤다. 비(정지훈)도 ‘스피드 레이서’에 이어 ‘닌자 어새신’의 주연으로 낙점됐다.

한국영화의 수출 계약 방식 역시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최소 계약 금액을 받고 현지 배급 결과에 따라 추가 수익을 받는 ‘미니멈 개런티(MG)’ 방식 일변도였다. 이제는 추가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MG방식 대신 현지 개봉 뒤 극장수입과 DVD 등 부가판권 등 수익 지분을 높이는 방식의 계약 형태가 늘고 있다. 해외 공동제작의 움직임과 성과도 점차 커지고 있다.

투자배급사 쇼박스 안정원 팀장은 ‘동향과 전망’을 통해 “이제는 다양한 판매 및 배급 방식의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 제작사는 미국의 메이저급 스튜디오와 새로운 형태의 계약을 맺었다. 이 제작사가 만드는 새 영화에 미국측이 일부 투자를 하며 현지 배급 추진, 리메이크 판권 우선 구매 권리 부여 등을 규정한 포괄적인 조건이었다.

● 다양한 장르영화로 새로운 시장 향해 ‘고고씽’

이처럼 한국영화의 해외 시장 공략 방식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쇼이스트의 손민경 해외마케팅팀장은 “좀 더 다양한 장르영화로, 좀 더 다른 시장을 찾아야 한다. 부가판권 중심의 시장 공략도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실제로 ‘디 워’의 미국 흥행과 DVD 시장 공략은 장르영화로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지금 충무로의 분위기는 가능한 모든 방식을 다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충무로는 지금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을 위한 새로운 방식과 형태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윤여수기자 tadada@donga.com

[한국영화 세계로 간다]“월드스타 만들어야 한국영화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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