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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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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기구로 전환하는 것은 지난해 국회 방송통신융합특별소위원회에서 나왔던 방안에서 예고된 것이다. 당시 방송통신융합소위는 여러 안을 놓고 저울질했는데 독임제 부처로 ‘정보미디어부’를 신설해 방송 통신의 정책 기능을 담당케 하고 방송통신위는 규제를 맡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됐다.
이런 변화가 예고되면서 방송위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방송위는 형식상 민간 기구여서 사무처 직원들은 공무원처럼 고용 보장이 되지 않는다. 내부에선 인수위 안대로 되면 기구 축소가 불가피해 현재 210여 직원들의 진로가 불투명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원래 방송통신융합소위의 안처럼 ‘정보미디어부+방송통신위’가 될 경우 어떤 형태로든 방송위 인력이 정부 내로 흡수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었다.
인수위의 방송위 역할 축소 움직임은 방송위가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합의제 방송위는 방송의 독립을 확보하기 위한 담보장치’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으나 지금까지 방송위의 행태를 보면 그 주장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방송위 고위 관계자는 “방송위가 정책 결정 등 행정 행위를 하지만 행정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는 기묘한 조직이 돼 버렸다”며 “굵직한 현안마다 정치권과 이익 단체의 눈치를 보기 바빠 정책의 큰 틀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해 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방송위원의 구성이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게 한다. 9명의 방송위원 중 대통령이 3명, 국회에서 여야가 3명씩 추천하도록 돼 있어 친여 성향의 위원이 6명에 이르면서 정책 결정이 정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방송위는 2004년 지상파 방송사의 재허가 당시 민영방송인 SBS가 합격점을 웃도는 점수를 받았음에도 다른 지적을 들이대며 SBS를 압박했다. 방송계에선 “정권이 SBS를 손보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정권이 코드 인사를 통해 방송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나 특정 단체 출신을 배치하면서 방송위가 ‘코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민주언론시민연대 출신 5명이 2, 3기 방송위에서 상임위원에 오른 것이 그런 사례이다.
방송위는 또 지상파 방송사 등 이해 관련 단체의 압력이나 로비에 휘둘려 합의제 기구의 한계를 여실히 노출하기도 했다. 지상파의 이해관계를 받아들여 시청자의 이익과 크게 어긋나는 중간광고 허용 안을 갑작스럽게 추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공익채널 선정 과정에서 방송발전기금을 250억 원 지원하는 아리랑TV를 제외한 반면 지금까지 제대로 방송을 하지 못하는 채널을 선정한 데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기구 개편 등에서 방송위가 무력화된 것은 비효율적이고 비독립적인 방송위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며 “방송의 독립성은 보장돼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송위로서는 불가능한 만큼 새로운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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