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승진 “영원히 남는 뮤지션이 일등”

  • 입력 2007년 12월 30일 1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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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한 영화 ‘품행제로’ OST를 담당한 DJ DOC의 이하늘은 ‘스잔’을 넣기 위해 김승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스잔’ 좀 써도 돼?”(이하늘)

“(영화에서) 내가 지냐, 이기냐?”(김승진)

“형이 이겨.”(이하늘)

“써!”(김승진)

영화에서는 당시 그랬듯 남성미를 상징하는 김승진의 ‘스잔파’와 귀티나는 박혜성의 ‘경아파’가 파벌 싸움을 벌인다.

1985년 ‘스잔’을 들고 데뷔한 지 22년이 흘렀지만 김승진의 ‘경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번엔 자신과의 싸움이다.

●가수가 명함을 판 이유?

2003년 결성한 ‘미카엘 밴드’는 4년 만에 겨우 윤곽이 잡혔다. 실제 준비한 시점은 1997년부터였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김승진은 “음악하는 사람은 단순하다. 좋아서 하는 것이고 피해주기도 받고 싶지도 않다”며 “10년 동안 녹음하다 무너진 게 서너 번이고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대여섯 번은 더 된다. 하지만 이젠 규모가 작아도 단독으로 할 것”이라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10년간 숱한 사기꾼들에게 당한 결과 스스로 살아남는 것이 최선이라는 답을 얻었다. 예전엔 얼굴이 명함이었지만 여느 비즈니스맨처럼 명함도 만들었다.

“이젠 제가 회사를 이끌어 가야하니 가수가 아닌 주인으로서 팠어요. 사람들 만나서 명함 주고받는데 핸드폰으로 연락처 찍어주는 것도 좀 그렇잖아요. 음악만 할 때는 세금이나 돈 문제 잘 몰랐는데 지금은 공부라 생각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또 당하고 싶지 않아요.”

●변하지 않은 세 가지…미혼, 몸짱, 목소리

김승진은 여전히 미혼이다. ‘오빠’를 외치던 팬들은 이제 ‘다른 오빠’를 외치는 팬의 어머니가 되었다.

김승진은 “여자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1995년 5000원만 들고 집 나와서 고생하면서 허전할 땐 술로 달랬다”면서 “이젠 술도 끊었으니 미카엘 밴드를 알리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까지 탄탄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중학교 때 헬스부터 합기도, 기계체조 하면서 ‘몸짱’이란 단어가 없는 시절부터 몸을 만들었는데 요즘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뒤늦게 몸짱 열풍 부는데 열받아서 8주 만에 몸 만든다는 트레이너를 불렀어요. 내년 3월 안에 화끈한 ‘몸짱’을 만들어 놓겠습니다.”

가장 변치 않는 것은 특유의 미성(微聲)이었다. 그는 목을 쭈욱 뻗어 밋밋한 목젖을 만지면서 “변성기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농을 던졌다. 올가을 내놓은 ‘미카엘 밴드’ 싱글 앨범에도 오래전 목소리가 살아있다.

22년전 ‘아이돌 스타’는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었고 가수의 입지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술, 담배와 오랜 세월 동거(?)한 탓에 몸도 예전같지 않다.

“어릴 때는 까불고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했어요.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스케줄을 위해 뛰었죠. 뮤지션이 아니라 연예인이었죠. 하지만 이젠 음악을 오래 하고 싶어요. 그래서 일주일 전부터 술 담배를 동시에 끊었습니다.”

‘김승진’이란 세 글자를 지우고 20대의 멤버로 구성된 ‘미카엘 밴드’로 활동하는 그는 “밴드를 만들어 무대에 선 건 올해가 처음이었는데 너무 행복했다. 내 음악의 키가 높아서 과음하거나 무리를 하면 다음날 노래가 안 올라갔다. 잘 가꾸면 잘 올라갔다. 음악은 참 정직하다”고 말했다.

“밴드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어요. 예전에 그룹 불새, 세븐돌핀스 형들이 공연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 88 서울올림픽 때 세븐돌핀스 형들과 전국 투어를 돌기도 했죠. 몇 달 전부터 무대에 섰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영원히 남는 뮤지션이 일등 아닌가요.”

스포츠동아 정기철 기자 tomjung@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화보]‘영원한 오빠’…가수 김승진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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