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남자 VS 대머리 아저씨 ‘스카우트’ 전두환 논쟁

  • 입력 2007년 11월 5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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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스카우트’(제작 두루미필름)에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어 눈길을 끈다.

주연을 맡은 임창정과 엄지원이 극중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 전 대통령의 뉴스를 보다 ‘진짜 남자다’ ‘머리 까진 아저씨다’라고 설왕설래하며 언쟁을 벌이는 것.

‘스카우트’는 1980년 5월 광주를 무대로 국보급 고3 투수 선동열을 차지하기 위한 스카우터 ‘호창’(임창정)의 10일간의 고군분투기를 다뤘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광주민주화항쟁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인 5월8일부터 17일까지. 때문에 5·18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없지만 스크린 곳곳 이와 연관 있는 자료화면이나 영화적 설정들이 등장해 시대적 분위기를 가늠케 한다.

또한 영화 속 엄지원이 분한 ‘호창’의 첫사랑 ‘세영’ 역은 열혈 운동권 출신으로 세상 물정 모르는 ‘호창’과 정치적 견해에 있어 사사건건 부딪치며 ‘전두환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본의 아니게 광주로 내려와 7년 만에 ‘세영’과 재회한 ‘호창’은 TV에서 흘러나오는 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저 양반이 나 군대 있을 때 연대장이었다”고 으스댄 그는 “체육대회 때 축구를 하는 데 저 분이 골키퍼였다. 내가 찬 공이 얼굴에 정면으로 맞았는데도 ‘일부러 살살했구나’라며 웃어 넘겼다”고 자랑하는 것.

성대모사까지 하며 흥분한 ‘호창’은 “저 양반 진짜 남자더라. 나도 정치적으로 좋다는 건 아니지만 남자로서 매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다 새침해진 ‘세영’을 의식하곤 “참. 넌 싫어하지”라고 서둘러 얘기를 끝맺는다.

이때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세영’의 한 마디. “머리 까진 아저씨가 무슨 매력이 있어요.”

또한 영화 중간 ‘전두환은 물러가라’라는 현수막이 건물 외벽에 걸려있고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는 ‘세영’을 향해 ‘호창’은 “내가 전두환 좋아한다고 아무 생각 없어 보이냐. 너희들 모여 시민운동 하는 것도 다 겉멋 아니냐”라고 일침을 가해 중립성을 유지한다.

연출을 맡은 김현석 감독은 “5·18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담고 심지 않았고 굳이 넣고 싶지도 않았다”며 “다만 우리 시나리오가 80년 5월 광주에 선동열이 살았다는 한 줄 사실에서 출발했기에 개연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극의 장애요소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5·18을 전면에 내세운 ‘화려한 휴가’와의 비교에 대해 “우리와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 못 박은 뒤 “‘화려한 휴가’의 세트장에서 저희가 찍기도 했고 박철민이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해 헷갈려하는 분들이 있는데 영화 앞부분에 자막으로 시대적 상황을 구별 지었고 99%가 픽션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상영된 영화는 김 감독의 전작 ‘YMCA 야구단’이나 ‘광식이 동생 광태’처럼 가벼운 터치의 코믹 요소에 희비극을 적당히 버무려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감칠맛 나게 전달했다는 평. 또한 무거운 주제의식 보다 두 남녀의 멜로라인에 초점을 맞춰 웃음과 더불어 감동을 함께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견해가 주를 이루었다.

임창정 엄지원 주연 ‘스카우트’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스포츠동아 이지영 기자 garumil@donga.com
사진=양회성 인턴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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