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임현주씨 이용 언론플레이

  • 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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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피랍자 석방 협상 과정에서 고도의 ‘언론 플레이’를 벌이고 있음이 미국 ‘CBS 방송 인질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

KBS는 미국 CBS가 26일 밤(한국 시간) 공개한 피랍자 임현주 씨의 전화 녹취 내용을 ‘e메일 음성파일’로 이날 낮에 이미 받았다고 27일 보도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현지 인사를 통해 KBS 측에 방송 의사를 타진하며 대가로 2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KBS는 먼저 녹음한 전화 목소리가 임 씨인지 확인하기 위해 음성 파일을 보내 줄 것을 요구했고 탈레반은 e메일로 3분여 길이의 음성파일을 첨부해 보냈다는 것. KBS는 “임 씨의 음성임을 확인했으나 탈레반 무장세력과의 일체의 거래 행위가 옳지 않은 일이라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KBS 보도국 관계자는 “거래를 중개한 현지인은 현지어와 영어에 모두 능통한 인물”이라고만 소개했다. KBS는 CBS가 내보낸 음성과 전화 녹취 내용은 KBS가 받았던 것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탈레반은 인질 목소리를 녹취한 후 인질이 속한 국가의 공영방송을 통해 심리전을 펴고 돈도 챙기려고 했음을 보여 준다. 탈레반은 또 임 씨가 현지 라디오나 통신 등과도 인터뷰하도록 했다. 피랍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은 채 장기화되자 언론 플레이를 동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독일 정부는 탈레반이 선전 선동의 수단으로 미디어를 이용한다는 경고를 했다고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이 27일 보도했다.

게르노트 에를러 독일 외교차관은 탈레반이 ‘미디어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언론이 탈레반의 무차별적인 정보 캠페인에 말려들지 말 것을 당부했다.

마르틴 예거 독일 외교부 대변인도 독일 공영 ARD와의 회견에서 “탈레반이 상당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으며 납치 사태와 인질 석방 교섭 과정에서 미디어 전략을 구사한다”고 말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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