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PD "내 최고의 작품이라 거침없이 말합니다"

  • 입력 2007년 7월 18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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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종영일인 13일 오전 8시반, 김병욱(47) PD의 서울 광화문 근처 자택을 찾았다. 가족사진이 걸려있는 현관을 지나 거실로 들어서자 극중 'OK해미'(박해미) 여사가 떠오르는, 똑 부러지는 인상의 부인이 기자를 맞이한다. "이렇게 이른 시각에…."

서재에서는 반바지 차림의 남자가 정신없이 통화 중이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김 PD였다. "죄송합니다. 마지막 촬영이 새벽에 끝나 아직도 편집중이에요."

그는 방송가에서 시트콤 전문 PD로 통한다. 'LA 아리랑'을 비롯해 '순풍산부인과' '똑바로 살아라' '귀엽거나 미치거나' 등이 그의 작품.

9개월간 167회가 방영되며 높은 인기를 누려온 '거침없이 하이킥'을 끝내는 소감을 묻자 그는 "주위에서 1년으로 늘리자고 했는데 체력이 바닥나 못하겠다고 했다. 아내와 딸의 불만도 크고…"라며 "그날 찍어 그날 방영하는 지금의 환경에서 다시는 시트콤을 안 찍겠다"고 다소 심각하게 말했다.

지난해 11월 6일 첫 방영을 시작한 '거침없이 하이킥'은 7%대 낮은 시청률로 출발했으나 종반에는 20%를 넘나들며 숱한 화제를 낳았다. '야동순재'(이순재) '식신준하'(정준하) '꽈당민정'(서민정) 등 유행어가 생겼고 출연진이 21편의 CF에 출연하며 짭짤한 수입을 거뒀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무엇보다 이 시대 가족의 변화상을 짚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부장적인 할아버지가 '야동'을 보다 들키고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를, 실직한 남편이 돈 잘 버는 아내의 눈치를 보는 에피소드들. 전통적인 가족 질서에 '하이킥'을 날린 것이다.

"권력이라는 건 세월에 따라 바뀌게 마련이에요. 가정 내 권력 관계도 겉보기에 평등한 거 같지만 경제력에 의해 힘의 균형이 기울어지게 됩니다. 바로 그 균형이 뒤바뀌는 지점에서 코미디가 나와요. 이번 시트콤이 모든 세대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순재네 가족'을 들여다봤더니 자기 가족이 보이는 거죠."

다른 방송사의 일일드라마와 맞편성된 탓에 방영 초반 애를 먹었다. 그도 "일일드라마의 시청층을 뺐어올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했다"고 말한다. "아예 일일극과 경쟁하느니 새 시청층을 뚫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지상파를 떠난 10, 20대를 겨냥한 시트콤 시장을 개척하고 싶었죠."

시청자들이 스토리 전개를 예측할 수 없도록 하거나, 아들의 여자 친구(유미)가 이중 스파이라는 엉뚱한 에피소드를 집어넣고, 스토리를 비트는 방식 등이 그것이었다. 일종의 이종(異種)시트콤인 셈. 젊은 층은 다음 스토리를 궁금해 하며 인터넷에서 설전을 벌였고 '야동순재' 등 캐릭터의 별명을 직접 지어줄 정도로 열광했다.

작가 5명이 공동집필하는 대본을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돌리는 그는 "몇 군데 제작사에서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왔고 배우들도 하겠다고 하지만 이제 배우들이 너무 바빠져서…"라며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73-1 번지 박해미 한의원. 마지막회는 1년 뒤에도 여전히 졸고 있는 '야동순재' 등의 일상을 비추는 것으로 끝났다. 극중 이혼남녀의 재결합, 유미의 생사여부 등 팬들이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은 채.

김 PD는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지만 현실은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그저 덤덤한 것"이라며 "내 최고의 시트콤이라 '거침없이' 자부할 수 있는 이 드라마를 잊을 수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어느새 울먹이고 있었다.

염희진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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