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 “떠나는 어머니, 제 생일 챙겨주셨네요”

  • 입력 2007년 6월 29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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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녀 가수' 현숙(48)이 지난 14년간 지극 정성으로 간호해 온 모친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현숙의 모친 김순애 씨는 중풍으로 쓰러진 뒤 기나긴 투병생활을 하다 지난 29일 오전 3시 45분 새벽 별세했다. 향년 85세.

29일 저녁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현숙은 까만 안경 속 퉁퉁 부은 눈으로 손님 하나 하나를 챙기며 분주한 모습. 불청객일 수도 있는 취재진들까지도 따뜻하게 맞이하며 밥부터 권했다.

'공교롭게도 어머니의 발인날이 현숙씨의 생일날과 겹쳤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어머니가 (내 생일날 가시려고) 참고 기다려주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참으로 이상해요. 지난주 85세 생신을 마친 뒤 갑자기 위독해 지셨거든요. 오늘 내일 하셨어요. 지난 10여 년간 챙겨주지 못한 딸 생일을 챙기고 떠나시려고 참으신 것 같아요."

처음 의사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조언했을 때 기적을 바랬던 그녀였다.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었어요. 엄마가 평생 계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얼마전부터 호흡 소리가 가빠지셔서 매일 중환자실 앞에서 엄마와 같이 보냈어요."

가장 마음 아픈 일은 어머님 살아 생전에 맛난 음식, 예쁜 옷을 맘껏 해드릴 수 없던 일이였다고.

"걷지도, 입지도, 말씀도 못하시고 두번의 심폐수술에 이어 인공투석을 받으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신게 걸려요. 신장도 안 좋아지셔서 얼굴이 많이 부어 돌아가신 것도 마음이 아파요."

첫날 100여개의 화환이 당도한 빈소와 친구들이 그녀와 함께 상복을 입고 조문객들을 맞는 광경에서는 50년 가까이 살아왔던 그녀의 마음 씀씀이를 엿보게했다.

현숙은 "평소 콩 한쪽도 나누어 먹으라고 강조하신 어머니 복인 것 같다"면서 "며칠동안 밤을 새며 어머님의 임종을 같이 본 남궁옥분과 김혜영은 입술이 다 터져서 같이 고생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숙은 마지막으로 "엄마, 하늘 나라에 가시면 아빠 만나고 제발 걸어서 다니고 말씀도 하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드세요. 사랑해요"라는 작별인사를 전하며 "제가 울면 엄마가 못 가신대요"라며 애써 울음을 참고 또 다시 밀려드는 조문객을 맞이하러 나갔다.

12남매 중 막내인 현숙은 결혼도 하지않은 채 어머니를 14년째 지극 정성으로 봉양해 ‘효녀 가수’로 알려져 왔다. 현숙의 어머니 김순애씨는 2004년 4월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포츠동아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동영상=이호진 PD 2856jin@donga.com

[화보]‘효녀 가수’ 현숙, 모친상…빈소서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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