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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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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지난달 22일 개봉한 뮤지컬 영화 ‘드림걸즈’는 백인 배우를 찾기 힘든, 완전 흑인 음악영화다. 홍보를 맡은 대행사 ‘래핑보아’의 강은경 팀장은 “관객들의 선입견을 피하기 위해 포스터에서 배우들의 몸매를 강조했고 ‘콘서트 무비’ ‘쇼 무비’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까지 52만 관객, 역시 스크린 120개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다. 아카데미가 작품성을 보증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에서 잘 안되는 뮤지컬 장르였기에 꽤 고무적이다.
○ 흑인 배우 윌 스미스의 ‘스타 파워’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국내 외화 흥행 톱 10에 든 50편 중 흑인 배우가 주연인 영화는 단 두 편. 윌 스미스 주연의 ‘아이, 로봇’(2004년)과 ‘맨 인 블랙2’(2002년)뿐이다. 올해 1월 개봉했던 덴절 워싱턴의 ‘데자뷰’는 83만 명이 들었다.
실제로 한국에서 스타 파워가 있는 흑인 배우로는 윌 스미스와 덴절 워싱턴 정도가 꼽힌다.
다른 흑인 배우 주연의 영화는 아예 개봉을 못하거나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흑인 래퍼 출신 아이스 큐브의 ‘아 위 데어 옛(Are we there yet)?’은 재작년 전 세계 1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기록했으나 한국에서는 개봉되지 않았다. 흥행이 안될 게 뻔하다는 이유였다.
소니픽쳐스릴리징 신동혁 차장은 “2004년 11월에 미국에서 인기를 모은 코미디 ‘화이트 칙스’를 수입하면서 이 ‘금기’를 깨보려고 했다”며 “재미있는 영화라는 자신이 있어 개봉 전 한 달 동안 2만 명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했고 객석 반응도 열광적이었지만 막상 개봉 결과는 별로였다”고 말했다. 전국 관객은 11만 명.
작년 마틴 로렌스 주연의 ‘빅 마마 하우스2’는 흥행 수입의 절반에 이르는 금액을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 벌어들였지만 한국 관객은 고작 6500명이었다.
○ 재작년부터 흑인영화 세계적 강세
할리우드에서는 최근 흑인 배우들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남녀 주·조연상 수상자 4명 가운데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수상자가 흑인 배우였다.
지난달 28일 뉴욕타임스는 ‘흑인 영화, 국제적인 장벽을 깨려고 노력 중’이라는 기사를 통해 흑인 영화가 미국 외에서 흥행이 안되는 문제를 다뤘다. 감독 출신으로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경영하는 레지널드 허들린 씨는 “해외 시장을 ‘뉴 사우스(새로운 남부)’라고 부른다”며 “옛날에 ‘블랙 필름’은 (보수적인) 미국 남부로 못 내려간다고 했는데 요새는 미국에서는 잘돼도 외국으로 못 나간다”고 말했다. 미국 영화의 수입 중 52%가 해외에서 오는 걸 감안하면 이는 할리우드의 고민거리.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재작년부터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흑인 영화의 해외 성적이 1984년 에디 머피의 ‘비버리힐즈 캅’ 이후 거의 최대치에 이를 정도라는 것. 콘돌리자 라이스나 콜린 파월 같은 능력 있는 인물들이 부각되면서 상황이 좋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흑인 약세는 유독 영화나 TV에서 두드러진 편이다. 대중음악의 경우는 이와 정반대 상황이 펼쳐진다. 블랙 파워가 훨씬 크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흑인 음악인 리듬앤드블루스(R&B)와 힙합이 음악계를 평정했다. 현재 빌보드 차트도 7 대 3의 비율로 흑인 음악이 강세이며 이 같은 현상은 전 세계적이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백인 가수들도 흑인 프로듀서를 기용해 백인 힙합 음악으로 인기를 얻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흑인 영화의 흥행 실패에 대해 인종차별을 이유로 드는 것은 성급한 분석”이라며 “흑인 특유의 문화나 유머 코드에 한국 관객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 대사 비중이 작은 액션물 외에 코미디나 드라마는 잘 안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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