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을 현상수배합니다…유괴 살해사건 영화로 만든 박진표

  • 입력 2007년 1월 6일 03시 02분


“그 사람(범인)이 꼭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너를 기억하고,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싶어요. 못 잡아서 절망할 게 아니라 아직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잖아요.”

2002년 ‘죽어도 좋아’로 70대 노인의 성 문제를, 2005년 멜로 ‘너는 내 운명’으로 에이즈 환자의 사랑을 담는 등 실화를 바탕으로 뜨거운 논란거리를 만들어 온 박진표 감독. 이번에는 이형호 군 유괴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그놈 목소리’(2월 1일 개봉)로 찾아왔다. 1991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유괴당한 아홉 살 이형호 군은 44일 뒤 한강 배수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거듭되는 협박 전화로 부모를 농락했다. 2006년 1월 공소시효가 끝나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4일 제작보고회 뒤에 만난 박 감독은 “이 영화는 현상수배극”이라고 강조했다. 영화가 개봉돼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은 범인을 잡고 유사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거나 기간이라도 늘리는 게 목표다.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한국처럼 15년의 짧은 공소시효가 있는 나라가 없습니다. 아무도 치유되지 않았고 아무도 그를 용서하지 않았는데 법이 그걸 가로막다니요.”

박 감독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조연출로 일할 때 이 사건을 취재한 경험이 있다. 공소시효가 지난 뒤 절망에 빠져 있던 이 군의 부모는 박 감독의 영화화 결정을 선뜻 수락하며 촬영 과정에 많은 도움을 줬다.

자칫 가슴 아픈 사건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범인의 실제 목소리를 사용한 티저 예고편도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다. 박 감독은 “상업적이라는 의심을 받을지라도 영화의 최종 목적(범인 검거)을 생각하면 목소리가 많이 나와야 하며 또 완성된 영화를 보면 논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유괴된 어린이가 발견될 때까지의 모습을 그리지 않고, 범인의 행동을 예상하지 않으며, 피해 부모의 심정을 왜곡하지 않는다는 세 가지 원칙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 아이의 비참한 모습을 보여 주면 영화적인 재미는 더하겠지만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주게 된다. 그는 “스릴러가 아니라 휴먼 드라마”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부모의 애끊는 심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이의 부모로 출연한 배우 설경구 김남주에게 연기를 자세하게 지도하지 않고 그저 “밥이 넘어가겠냐, 잠이 오겠냐”라며 실제 부모의 심정을 이해시켰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김남주 설경구 주연 영화 ‘그놈목소리’ 제작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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