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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월 24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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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후 나흘 동안 전국 40만 관객을 모으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한 ‘홀리데이’는 ‘투사부일체’ ‘왕의 남자’에 이어 지난 주말 흥행 순위 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런 흥행작의 간판을 CGV는 왜 이렇게 빨리 내리게 된 것일까.
이유인즉 이렇다. 당초 CGV는 개봉일인 19일 전국 34개 지점 중 25개 지점에서 지점당 1개 스크린에 ‘홀리데이’를 걸었다. 이 영화를 배급한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개봉일 CGV 측에 “앞으로 더 잘 될 것이다. 스크린 수를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CGV 측은 “상영관 배정에 관한 권한은 극장에 속한 것이다. ‘홀리데이’의 흥행을 자체 예측한 바로는 지금 상영규모가 적정선”이라면서 상영관 확대를 거부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그럴 바에는 우리가 아예 프린트를 회수해 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결국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격화됐고 CGV는 20일부터 ‘홀리데이’에 대한 인터넷 예매 서비스를 중지한 뒤 이미 예매를 받은 22일까지만 이 영화를 상영했다.
‘홀리데이’ 제작사인 현진씨네마는 “이는 국내 최대의 멀티플렉스가 관객의 영화 선택권을 빼앗은 행위”라며 비난했다. 현진씨네마 이순열 대표는 “지난해 쇼박스에 배급시장 1위 자리를 내 준 CJ엔터테인먼트가 올해는 어떻게든 1위를 탈환하기 위해 ‘홀리데이’를 죽이고 자신들이 투자 배급하는 ‘투사부일체’ ‘왕의 남자’로 CGV 상영관을 ‘도배’하려는 계획된 행위”라고 주장했다.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홀리데이’의 조기종영을 비난하는 카페가 만들어져 누리꾼의 글 수천 건이 오르고 있다. 책임 소재야 어디 있건, 관객의 바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소박한’ 권리일 뿐이다. 배급사와 극장이 줄다리기를 벌이며 ‘네 탓’ 싸움을 하는 동안 관객들은 지난 주말 흥행 3위를 기록한 상업영화마저도 국내 최대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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