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전주국제영화제 28일 개막…이 작품만은 놓치지 말자

  • 입력 2005년 4월 19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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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많고 시간은 적다.” 영화제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불면의 밤의 연속이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스크린의 향연을 배 두드려가며 만끽해도 ‘내일은 무엇을 맛볼 것인가’하는 고민에 잠이 쉬 오지 않는다. 시간표가 해어지도록 밑줄을 쳐가며 영화관의 동선을 체크하다 보면 동이 터오기 일쑤다. 영화제 개근생들의 고민이 이렇다면 영화제라는 데를 가봐야겠다는 마음을 처음 먹은 이들이 겪을 고통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2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전주 일대에서 펼쳐진다. 이런 마음고생, 몸고생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JIFF 프로그래머 정수완, 유운성 씨가 ‘이건 꼭’하는 영화 12편을 골랐다.》

▼처음이라면 이 영화를…▼

○이사(감독 소마이 신지·일본·1993년)

△내용=행복하게 살던 11세 소녀 렌코는 부모가 별거에 들어가자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감지한다.


△알고 보자=영화 후반, 마쓰리(축제)가 열리는 거리를 헤매는 주인공 렌코의 모습은 환상적이다.

△이 장면=불꽃놀이, 선상축제 등 교토의 아름다운 마쓰리 장면.

○철인 28호(감독 도가시 신·일본·2004년)

△내용=비뚤어진 열망에 사로잡힌 한 과학자가 만든 로봇이 도쿄를 침공하자 초등학생 쇼타로는 아버지가 남긴 로봇 ‘철인 28호’로 맞선다.

△알고 보자=30대 후반에게 추억의 만화인 ‘철인 28호’를 신예 도가시 신 감독이 실사(實寫) 영화로 제작했다.

△이 장면=철인 28호를 원격조종하는 쇼타로의 시시각각 변하는 얼굴.

○왕후 심청(감독 넬슨 신·한국 북한·2005년)

△내용=역모에 가담하지 않아 아내를 잃고 눈이 먼 심 봉사의 딸 청이는 공양미 300섬이면 아버지가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에 인당수의 제물이 되기로 한다.

△알고 보자=남북이 함께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온 가족이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이 장면=하이라이트는 역시 심 봉사가 눈을 뜨는 순간.

○영감(감독 카렐 제만·체코·1949년)

△내용=유리 물방울 속에서 발레리나들이 환상적인 춤을 춘다. 물방울은 바닥에 떨어져 다른 거대한 생명체로 흘러간다.

△알고 보자=유리를 소재로 몽환적 비주얼을 창조한 애니메이션. 체코의 유리공예 솜씨가 빛난다.

△이 장면=잎에 맺힌 물방울 속으로 민들레 홀씨가 들어가서 인형으로 바뀐다.

▼JIFF 마니아, 다 모여라▼


○재의 인간(감독 누리 부지드·튀니지·1986년)

△내용=마을의 조각가 하슈미는 결혼을 앞두고 견습 목수이던 어린 시절, 스승에게 당한 성적 학대의 기억에 괴로워한다.

△알고 보자=이슬람문화권에서는 민감한 동성애를 다뤘지만 튀니지 개봉 당시 ‘람보’보다 인기가 높았다.

△이 장면=갈등을 은유하는 태풍에 날아가는 천막을 붙잡으려는 아들과 아버지.

○사라방드(감독 잉마르 베르히만·스웨덴·2003년)

△내용=요한과 마리아가 30년 만에 재회한다. 요한과 원수가 된 아들 헨릭, 딸 카린, 그리고 헨릭의 죽은 아내 안나의 존재가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알고 보자=거장 잉마르 베르히만이 ‘결혼풍경’(1973년)의 속편으로 만든 HD영화. 등장인물은 단 4명.

△이 장면=이별할 때 딸이 연주하는 사라방드를 듣는 아버지 얼굴의 클로즈업.

○레드 라이트(감독 세드릭 칸·프랑스·2003년)

△내용=무더운 여름날, 정체된 고속도로에서 심하게 부부싸움을 한 앙트완과 헬렌. 사라진 헬렌을 찾던 앙트완은 낯선 남자를 태웠다가 악몽 같은 하룻밤을 겪는다.

△알고 보자=‘권태’로 알려진 세드릭 칸의 최신작. 일상 풍경에서 불쑥 솟는 공포와 불안을 잘 포착했다.

△이 장면=앙트완이 세워 둔 자동차 밑에서 발견한 것은?

○세계(감독 지아 장커·중국·2004년)

△내용=에펠탑 등 세계 명물들을 축소해 넣은 ‘세계공원’의 댄서 다오와 공원경비 다이셩은 연인 사이. 다이셩은 다른 여자에게 끌리고, 다오는 삶의 탈출구를 찾는다.

△알고 보자=세계화 속에서 갈등하는 중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스케일은 커졌지만 지아 장커의 작가정신은 여전.

△이 장면=놀이공원 댄서들이 펼치는 스펙터클한 공연 장면.

▼이 영화에 주목하자▼


○추수(감독 마리아 라즈베즈키나·러시아·2004년)

△내용=러시아의 한 시골 최우수 트랙터 기사인 안토니나는 정부에서 붉은 깃발을 상으로 받는다.

△알고 보자=깃발을 소중히 여기는 가족과 시대가 변하면서 무의미해진 깃발을 대비해 러시아 사회주의를 비판.

△이 장면=가족이 견뎌야 할 상처의 상징인 전쟁불구자 남편의 등장.

○이노센스(감독 뤼실 하지할릴러비치·프랑스 등·2004년)

△내용=숲 속에 나이가 다른 소녀들이 7명 씩 모여 사는 집들이 있다. 가장 나이 많은 소녀가 떠나면 어린 소녀가 새로 온다.

△알고 보자=어른 세계로 진입하는 소녀들의 과정을 기이한 공포와 판타지로 그려낸, 독특한 성장영화.

△이 장면=떠나는 소녀들이 보라색 리본으로 추는 나비춤.

○카메라와 나(감독 프랑스와즈 로망·프랑스·2004년)

△내용=애인과의 사랑, 몇 년 만의 이사 등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개인에게는 역사다.

△알고 보자=음모 면도하기, 성적이고 에로틱한 유희 등은 누군가의 비밀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경험.

△이 장면=카메라로 자신의 나체를 보여준다. 영화는 더 이상 대중매체가 아니다(?)

○나의 개 봉봉(감독 카를로스 소린·아르헨티나·2004년)

△내용=20년간 일한 직장을 잃은 중년의 코코는 희고 큰 개 봉봉을 만난다. 말수 적은 사내와 무표정한 개 사이에 우정이 싹튼다.

△알고 보자=개와 중년 남성이 만드는 감동 사연과 둘을 엄습하는 묘한 공포를 따뜻한 유머로 풀었다.

△이 장면=개 경연대회에 참가한 코코와 봉봉. 인간과 개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희망 메시지.

정리=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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