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영화 ‘댄서의 순정’ 옌볜처녀役 문근영

  • 입력 2005년 4월 19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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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이지만 학업과 연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문근영. “‘18세 이상 관람 가’ 영화는 언제 찍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웃으면서 “제가 18세를 완전히 지나가면요”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고3이지만 학업과 연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문근영. “‘18세 이상 관람 가’ 영화는 언제 찍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웃으면서 “제가 18세를 완전히 지나가면요”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어떡하죠? 상을 두 개나 받아버렸어요.” 지난해 6월, 대종상 시상식. 영화 ‘어린 신부’로 신인여우상에 이어 인기상까지 받은 문근영이 울먹이며 한 이 말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이유가 돼 버렸다. 문근영(18). 그녀가 이번엔 순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영화 ‘댄서의 순정’(28일 개봉)에서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춤을 추는 19세 옌볜 처녀 장채린 역을 맡은 것. ‘댄서의 순정’ 촬영 기간 내내 그는 이른 새벽 무용연습실에 도착해 화장실 청소를 했다. 주연이지만 출연진 중 막내인 자신의 몫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17일 이른 아침 만난 문근영은 어떨까. 극에서처럼 스스로를 ‘사랑해도 되는 나이’라고 생각할까. 그녀는 “주민등록증을 받는 순간 내 꿈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지금이 일요일 오전 9시예요. 졸리지 않아요?

“저 아침잠 없어요. 일요일도 6시 반이면 일어나요.”

―그렇게 일찍 일어나서 뭐해요?

“‘남북의 창’(KBS1 TV 오전 7시30분) 보고요, 시사토론도 봐요. 학교 다니느라 평일에 못했던 인터넷도 해요. 컴퓨터가 창가에 있는데, 아침햇살 받으면서 제 홈페이지에 오른 글을 읽으면 행복해요.”

―최근 삼성전자와 5억 원에 휴대전화 전속 CF 모델 계약을 했고, 롯데칠성과도 6개월 전속에 3억 원 계약을 했는데 그 많은 돈이 실감나요?

“(밝게 웃으며) 써보질 않아서요. 아직 어리니까 주변에서 돈 얘기는 안 해주세요. 그냥 ‘오늘 어디서 이런 촬영이 있다’ 그걸로 끝이죠.(웃음) 저도 제가 얼마를 받았는지는 나중에 기사 보면서 알아요. 그냥 모르고 사는 게 편해요. 어차피 돈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교복CF 출연료 3억 원도 사회복지기금으로 내놓았어요. ‘선행 천사’란 별명이 붙었어요.

“저는 그냥 마음에서 하는 행동인데, 어떤 때는 (그런 행동이) 무슨 상품처럼, 아니면 저의 이미지처럼 돼 버릴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저를 더 숨기게 되는 것 같아요. 엄마는 ‘누구한테 준다 혹은 베푼다고 생각하지 말고 사회에다 너의 사랑을 저금한다고 생각하라’고 하셨어요.”

―고3(광주국제고교)인데 진로는요?

“연극영화과도 생각할 수 있지만, 고민이에요. 꿈이 도덕 선생님이었어요. 점수도 제일 잘 나왔고요. 고등학교 와서도 윤리를 참 좋아했는데, 고3 들어서 윤리 과목에 철학사가 나오잖아요? 호호호, 그러면서 점수가 떨어졌어요.”

―성적은요?

“밤 12시까지 ‘야자(야간자율학습)’하지만, 11시가 가장 졸려요. 전 밤잠이 많거든요. 잠깐 머리를 옆으로 내리고 공부하는 것처럼 하면서 졸기도 해요. 공부 안 하는 것치고는 성적이 잘 나오는 편이에요. 모르면 (답을) 찍기도 하고요. (성적이) 제 뒤에 있던 아이가 어느새 제 앞에 있을 땐 속이 상해요.”

―‘어린 신부’가 ‘소녀’의 끝자락에 있다면 이번 ‘댄서의 순정’은 ‘여자’로서 시작에 있는 연기 아닐까요?

“사람들은 구분 짓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전 계속 자라고 있는 걸요. 건형(박건형·영화 속 상대역) 오빠나 감독님이 첫사랑 얘기도 해주면서 감정을 잡도록 많이 도와줬어요.”

―첫사랑은 해봤어요?

“첫사랑 비슷한 건 해봤죠. 그냥 누군가를 좋아하는 그런 감정 있잖아요.”

―하루 10시간씩 춤 연습을 하면서 발톱이 빠지는 고통도 있었다는데요.

“춤을 추는 거나, 연기를 하는 거나, 사람이 사는 거나 하면서 상처받는다는 건 다 똑같아요. 춤은 몸이 쑤시고 아프다는 것뿐이죠. 저는 몸이 아픈 건 힘들게 생각하지 않아요.”

문근영의 출연작은 엄마(광주사직도서관 사서) 외할머니 문근영, 이렇게 모인 ‘3자 회의’에서 만장일치제로 결정된다고 한다. 이번 ‘댄서의 순정’은 “처녀로서 몸매가 날씬해지고 키도 클 것 같다”는 외할머니 신애덕 씨(74)의 ‘강추’(강한 추천)가 있었다고 한다.

―이제 18세예요. 어떤 기분이죠?

“작년 5월에 주민등록증이 나왔어요.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별로였어요.”

―‘사람’이요?

“아이 때는 내가 요정도 될 수 있고 천사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주민증이 나오니까 ‘난 이제 그런(요정) 게 될 수 없구나. 사람이 되어 버렸구나’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때 제 꿈이 뤼팽처럼 최고의 도둑이 되어 은행을 털어보는 거였는데요. 주민증에 찍힌 제 지문을 보고, ‘아 이젠 은행도 못 털겠구나’ 생각했어요.”

―최근 같은 소속사에서 친하게 지냈던 선배 배우(이은주)가 세상을 등지고, 1일엔 외할아버지(문근영의 외할아버지는 통혁당 재건 사건 등으로 30년가량 장기수로 복역했던 통일운동가 류낙진 씨다)가 돌아가셨어요.

“언니(이은주)는 절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떠나가는 일이 참 아픈 거구나 생각했어요. 슬픈 거랑 아픈 건 다른 거 같아요. 슬픔은 그때뿐이지만 아픈 건 계속 남아요. 예전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했는데, 이런 일을 겪으면서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더 지키고 싶고 그 사람들에게 깊어지고 싶어요.”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문근영 10가지 코드▼

□1 가장 좋아하는 것=하늘이요. 파란 하늘.

□2 가장 싫어하는 것=응…, 거짓말하는 거요. 사랑도 믿음이에요.

□3 가장 기쁠 때=아빠한테 문자메시지 받았을 때요. 아빠(시청 공무원)가 무뚝뚝하셔서 제가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근데 어느 날 아빠가 ‘우리 딸 사랑한다. 힘내라’고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4 가장 슬플 때=엄마랑 싸울 때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하고 싸우는 건 슬퍼요. 엄마가 너무 속상할 테니까요.

□5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배두나 언니랑은 꼭 함께 연기해보고 싶어요.

□6 가장 싫어하는 연예인=강호동 오빠를 별로 안 좋아했었어요. 방송에서 보면 항상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신정환(가수) 오빠, 유재석(개그맨) 오빠, 김제동(개그맨) 오빠를 괴롭혀요. 참 그리고 타블로(가수)도요. 얼마 전 ‘야심만만’ 녹화하러 갈 때도 ‘아, 강호동(진행자) 오빠는 정말 싫은데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는데, 바로 옆에서 방송하시는 모습 보고 정말 반했어요. 목에 이렇게 핏줄이 서면서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열심히 하시는 거예요. 되게 멋있었어요.

□7 가장 친한 사람=학교 친구인데요. 한○○라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라 알게 된 친구예요. 처음 보면 내가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착하고 여린 친구인데요, 어느새 내가 그 친구에게서 힘을 받고 있더라고요.

□8 버릇 혹은 습관=잘 때도 옆으로 누워 늘 등에 뭘 기대고 자는 거요. 기둥이나 벽 같은 거요. 가끔 할머니는 ‘나랑 같이 자기 싫은가 보다. 자꾸 밀어내는 걸 보니’ 하시지만, 아니에요. 전 등에 기댈 게 없으면 못 자요.

□9 좌우명=‘최고가 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자’는 거요. 엄마 좌우명인데요. 저도 같아요.

□10 자신있는 얼굴 부위=인중이요. 아주 깊다고들 해요. 특히 사진 찍을 때 사람들이 그래요. 코 밑이 왜 까맣냐고요. 참, 저 특이한 거 되게 많아요. 귀도 잘랐다가 다시 붙인 것처럼 밑이 약간 째졌고요, 눈썹도 일자눈썹이에요. 콤플렉스가 있다면, 동그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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