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美 앵커 ‘빅3시대’ 저문다

  • 입력 2005년 4월 6일 19시 35분


코멘트

미국 ABC 방송의 저녁 뉴스 ‘월드뉴스 투나잇’을 22년간 진행해 온 앵커 피터 제닝스(66) 씨가 5일 “폐암에 걸렸다. 화학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방송 일선에서 물러났다. 일단은 ‘일시적 퇴장’이다. 그는 미 방송가에 잘 알려진 애연가로, 1980년대 금연을 선언한 뒤에도 피우고 다시 끊기를 되풀이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지난해 12월 NBC 방송의 톰 브로커(65) 씨가 은퇴하고 올해 3월 CBS 방송의 댄 래더(73) 씨가 메인 뉴스 앵커에서 중도 하차한 데 이어 불과 4개월 사이에 3대 방송사의 저녁 뉴스를 좌지우지하던 3인방이 줄줄이 신상에 변동이 생긴 셈이다. 일부 언론은 “한 세대를 풍미하던 ‘빅 스리(Big Three)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표현했다.

ABC 방송 대변인은 “일시적인 방송 중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병상에서 시청자 인사말을 촬영한 그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다. 그의 복귀가 늦어지거나 불가능해진다면 경쟁사 간판 주자의 중도 하차에 따른 시청률 상승을 노리던 ABC로선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3인방은 아니지만 ABC 방송의 심야뉴스 프로그램 ‘나이트라인’을 25년간 진행해 온 테드 코펠(65) 씨도 지난주 은퇴했다.

제닝스 씨의 건강 이상은 지난해 말 감지되기 시작했다. ‘현장 취재의 살아 있는 교과서’로 통하는 그가 12월 말 남아시아를 덮친 지진해일(쓰나미) 피해 현장 취재 때 미 주요방송사 앵커로는 유일하게 뉴욕 스튜디오를 지켰다. 또 지난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 때도 바티칸 현장을 찾지 못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