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 수신료 인상 명분 없다

  • 입력 2004년 12월 3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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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수신료의 대폭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수신료 수입을 늘려 전체 프로그램에서 광고 비중을 줄이고 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KBS의 수신료 인상안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본다.

5월 감사원 특별감사에서 KBS의 방만 경영은 호된 질타를 받았다. 국민이 낸 수신료를 갖고 흥청거리고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KBS가 약속한 구조조정도 진전된 게 별로 없다. KBS가 취해야 할 자세는 최대한 수신료를 아껴 쓰고 운영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지금은 수신료 인상 얘기를 꺼낼 때가 아니다.

방만한 경영뿐 아니다. KBS는 그동안 정권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사회 갈등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KBS를 보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전기료와 함께 강제로 거둬 가는 수신료 징수 방식에 반대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 정체성에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KBS가 이런 국민적 거부감을 파악하지 못하고 수신료 인상 얘기를 꺼냈다면 공영방송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제 사정이 최악인 상황에서 수신료를 대폭 올리겠다는 발상도 부적절한 것이다. KBS가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KBS는 시청료를 올려 주면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해 왔으나 이는 순서가 잘못된 것이다. KBS가 먼저 국민에게 봉사하는 방송임을 실제로 보여 주어야 한다.

KBS의 수신료 인상은 합당한 명분을 찾기 어렵다. KBS는 수신료 탓을 당분간 접어 두고 겸허한 자세로 방송의 품질과 공공성을 높이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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