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불황 이겨낼 용기 주네요” MBC ‘영웅시대’ 인기

  • 입력 2004년 8월 8일 18시 28분


삼성과 현대 창업주의 성공기를 그린 '영웅시대'(왼쪽)와 조선시대 의적의 활약상을 담은 '장길산' - 사진제공 MBC,SBS
삼성과 현대 창업주의 성공기를 그린 '영웅시대'(왼쪽)와 조선시대 의적의 활약상을 담은 '장길산' - 사진제공 MBC,SBS
대기업을 일군 기업가가 의적(義賊)보다 좋은 걸까?

월화 드라마 시청률 경쟁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MBC ‘영웅시대’가 SBS의 ‘장길산’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영웅시대’는 현대와 삼성 창업주들의 성공담을 소재로 한 기업 드라마. 소설가 황석영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장길산’은 조선 숙종 때 활동한 의적 장길산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지난달 5일 시작된 ‘영웅시대’는 ‘장길산’과 엎치락 뒤치락 경쟁을 벌이다 차인표(정주영 역)와 전광렬(이병철)이 등장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달 2, 3일 평균 시청률은 ‘영웅시대’가 19%, ‘장길산’이 12.9%였다.(시청률조사회사 TNS 미디어코리아 집계)

‘영웅시대’의 ‘왕시청자’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인기 비결은 이렇다.

“한강의 기적 시대를 다룬 영웅시대를 보면 많은 공부가 되고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고교생 서원도)

“초등학교 4학년생 딸이 차인표가 힘든 일을 하면서도 공부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요즘은 학원도 빼먹지 않습니다.”(진주원)

“남편과 같이 보고 있으면 힘이 납니다. 요즘 같은 불황에 우리 모두 힘내서 다시 일어섰으면 합니다.”(김보경)

‘장길산’의 상대적 부진에 대해 SBS 내부에서는 ‘탐관오리를 응징해 민중에게 쾌감을 주고 탈취한 재물을 분배해 희망을 준다’는 드라마의 기획 의도가 요즘 사람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의감 넘치는 법학도가 사회악을 물리친다는 내용의 ‘인간시장’도 1980년대 후반에 방영됐을 때와 달리 올 봄 SBS에서 ‘신 인간시장‘으로 리메이크돼 방영됐을 때는 평균 시청률이 9.2%로 반응이 시원찮았다.

운군일 SBS 드라마국장은 “언론의 자유가 없던 민주화 이전 시절에 비해 장길산이나 인간시장 류의 드라마가 덜 먹히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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