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특감 "사장-노조는 악어-악어새 관계"

  • 입력 2004년 5월 21일 17시 09분


감사원이 21일 발표한 한국방송공사(KBS) 운영실태에 대한 특감결과는 국민세금이나 마찬가지인 시청료로 운용되는 공기업 KBS가 구조조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이사회가 유명무실하다 보니 사장이 전권을 쥐고 노조와 함께 방만 경영을 부추긴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고 지적했다. 사장과 노조가 '악어와 악어새' 관계로 공생하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IMF 이후 구조조정 무풍지대=IMF 이후 KBS의 전체 인력은 다소 줄었지만 고참 과장급 이상 간부 직원들의 숫자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장급은 119명으로 정원(95명)보다 24명이나 더 많았다. 정원이 306명인 부장급도 339명이나 돼 정원보다 33명이나 많다. IMF 이후 부장과 국장 숫자를 줄이기로 해놓고도 거꾸로 몸집을 늘린 것이다.

대신 KBS는 과장 이하 하위직 직원과 촉탁직원 기능직을 줄여 1998년 기준으로 전체 직원 숫자는 3.7%(5329명->5127명) 감축했다.

전문성과는 상관도 없는 전문직에 고참부장이나 국장을 임용하는 편법도 썼다. 1989년부터 도입된 전문직 제도는 대기자나 대PD 전문아나운서 심의위원 해설위원 해외지국 주재 특파원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전문직 정원은 53명이지만 실제론 126명이 전문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아나운서를 프로그램 심의위원으로 전문직을 주고 회계직 국장을 주차관리 전문직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왔다"고 밝혔다. 이들의 한 사람당 평균 연봉이 1억300만원에 달했다.

▽25개 지역방송국은 '돈 먹는 하마'=25개나 되는 지역방송국의 경우 감사원이 1999년과 2002년 2차례나 지역방송국 통폐합을 권고했지만 KBS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KBS 1TV의 경우 16개 지역국의 평균 프로그램 제작비율이 전체의 1%에 불과하고 6개 지역국은 아예 자체제작이 전무하다는 것. 또 KBS 2 TV도 총국을 포함해 25개 지역국 모두 자체제작을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KBS는 지역 주민들과 직원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지역국을 방치하고 있다는 게 감사원 지적사항이다. 활동이 거의 없는 16개 지역국의 지난해 운영비만 800억원.

KBS는 지역국에 상위직 정원을 64명 책정해놓고 이중 39명만 지역국에 근무토록 하고 25명은 본사에서 활용하는 편법도 사용했다.

▽직원 복리후생비로 혈세 '펑펑'=직원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로는 과다하게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6월 월드컵 축구 광고특수로 인해 세전 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자 예비비 109억원을 전용하는 방법으로 특별성과급 215억원을 줬다.

또 회사 정관이나 사규에 특별격려금을 지급할 근거가 없는데도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전직원에게 특별격려금 81억원을 지급했다.

다른 공기업들은 모두 폐지한 퇴직금 누진제도를 그대로 유지해 2003년말 현재 퇴직급여충당금을 38억원이나 더 쌓아두었다. 대학생 자녀 학자금 또한 대여하기로 한 규정을 지난해 다시 뜯어고쳐 직원 955명에게 2002년 대학학자금 47억원을 무상으로 지급한 사실도 적발됐다. 사내복지금 또한 세전 순이익의 5%로 출연하기로 된 규정을 어기고 55억원이나 더 출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정부투자기관들은 모두 폐지한 개인연금을 KBS는 회사측에서 1995년부터 2003년까지 380억원을 지원했다.

감사원에서 폐지 권고한 보건휴가와 장기근속 휴가를 그대로 살려두는 바람에 직원들이 유급휴가를 쓰지 않고 받은 휴가수당만도 2002년에 276억원(1인당 514만원)이 지출됐다.

디지털뉴스팀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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