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5]TV 출구조사…빗나간 예측 “또 깜짝쇼”

  • 입력 2004년 4월 16일 0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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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SBS 방송 3사가 15일 오후 6시 투표마감 직후 발표한 투표소 출구조사 예측이 실제 개표결과와 크게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사와 조사 관계자들은 “이번 총선은 변수가 워낙 많고 표심의 변화폭이 커 예측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15대와 16대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출구조사 예측이 빗나감에 따라 방송사의 개표 예상 보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얼마나 틀렸나=KBS와 SBS는 미디어리서치와 TN소프레스에 의뢰한 출구조사 예측 보도에서 열린우리당의 예상 의석수를 비례대표 의석을 포함해 172석으로 보도했다. 이는 이날 밤 12시 현재 예측 결과 151석에 비하면 21석 틀린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오후 6시에는 예상 의석이 101석으로 이날 밤 12시 예측 121석과 비교하면 20석이 적다. 다른 정당의 예측치가 실제 결과와 거의 비슷한 점을 감안하면 열린우리당에서 예상이 빗나간 20석이 한나라당으로 거의 다 옮겨간 셈이다.

MBC는 이날 오후 6시 코리아리서치센터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예측치를 발표하면서 최소와 최대 의석수의 범위를 발표하는 신중함을 보였으나 실제 개표 내용은 예측치와 달랐다.

MBC가 당초 예측한 의석수는 열린우리당 155∼171석으로 실제 의석수와 4∼20석 차이가 났다. 한나라당의 경우 예측 수치는 101∼115석으로 최고 20석이 틀린 것으로 분석됐다. MBC 조사에서도 당초 열린우리당이 차지한 것으로 예측된 의석이 한나라당 쪽으로 옮겨간 양상을 보였다.

▽어디서 틀렸나=KBS는 오후 6시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43개 지역구 가운데 47개 지역에서 후보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고 196곳은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 개표 결과 당선 확실 지역에서도 7곳에서 당락이 뒤바뀐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종로 선거구의 경우 열린우리당 김홍신 후보가 득표율 47.5%로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한나라당 박진 후보가 당선됐다. 서울 동대문을도 열린우리당 허인회 후보가 득표율 46.3%로 당선을 점쳤으나 이날 밤 12시 현재 개표 결과 한나라당 홍준표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인천 남동갑도 열린우리당 이강일 후보에서 한나라당 이윤성 후보로, 경기 고양 일산을은 열린우리당 김두수 후보에서 한나라당 김영선 후보로, 충남 당진은 열린우리당 박기억 후보에서 자민련 김낙성 후보로 당락이 뒤바뀌었다. KBS와 SBS는 이날 밤 12시 현재 20여 곳에서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MBC도 출구조사 발표에서 김홍신 후보와 허인회 후보를 당선자로 예상했으나 실제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서울 강동갑도 열린우리당 이부영 후보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한나라당 김충환 후보가 1위를 차지했고, 부산 해운대-기장갑도 열린우리당 최인호 후보로 보도했으나 실제로는 한나라당 서병수 후보가당선됐다.

MBC는 이날 밤 12시 현재 당선 예측 부정확 지역이 모두 7개 지역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당선확실’에서 박빙으로 이긴 지역을 포함하면 틀린 지역은 20여 곳에 이른다.

▽왜 틀렸나=KBS와 SBS는 출구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16대 총선보다 37곳 늘어난 114곳의 선거구에서 조사를 실시했다. MBC도 출구조사 선거구를 지난 총선보다 배 가까이 많은 104곳으로 늘렸다.

특히 선거법 개정으로 출구조사를 투표소로부터 3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하도록 돼있던 규정이 100m 밖으로 완화돼 방송사들은 출구 조사의 정확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이 빗나간데 대해 김벽수 SBS 선거방송기획팀장은 “변수에 따른 유권자들의 표심의 변화가 과거보다 컸다. 야당표는 3% 숨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출구조사에서 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표심을 숨기는 경향이 있어 정확한 예측을 어렵게 했다”고 설명했다.

KBS 조사에 자문을 한 조성겸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16대 총선에서는 수도권 지역에서 오류가 많았는데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출구조사에서 정확히 답하기를 꺼린 것으로 보였고 이번에도 그런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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