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기정/李부총리의 ‘불안수습’ 동분서주

  • 입력 2004년 3월 14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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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12일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씻어내기 위해 하루에 한강을 세 번이나 건넜다.

탄핵안 가결 소식이 알려진 12일 낮 12시경. 이 부총리는 점심약속을 취소하고 정부과천청사에서 서울 정부중앙청사로 건너갔다.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제현안을 긴급보고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2시30분에는 다시 과천으로 건너와 대(對)국민 성명을 통해 ‘경제문제만큼은 제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1시간 뒤에는 다시 한강을 건너 중앙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 참석했고 오후 6시에는 금융협회장·금융기관장 간담회, 경제 5단체장 회동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오후 8시에는 국제신용평가회사와 해외기관투자가 1000여명에게 ‘경제정책이 차질 없이 이행될 것’이라는 e메일을 발송했다.

그는 13일에도 오전 8시 경제장관회의, 9시30분 이남순(李南淳)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면담, 10시30분 경제외교안보회의를 마친 뒤 오후에 서울 중구 황학동 중앙시장을 찾았다.

이날 경제장관회의는 이례적으로 진행 과정을 외부에 모두 공개해 경제정책 시스템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더구나 중앙시장을 방문해 ‘바닥 경기’까지 직접 챙기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탄핵안 가결 후 ‘경제팀 수장(首長)’인 이 부총리의 발 빠른 행보는 그가 지니고 있는 ‘무게’와 맞물려 시장에서 불안심리를 줄이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지금 이 시점에서 이헌재씨가 경제부총리라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KBS가 계속 특집방송을 통해 불안감을 확산시킨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대통령 탄핵은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다. 그만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위기와 불안의 증폭이 아니라 국민 각자가 자기 일에 충실하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켜보는 것이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5월에 한 연설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고기정 경제부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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