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살인…치한…가족도둑…'춤추는 대수사선2'

입력 2003-12-09 18:01수정 2009-10-1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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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영화인
‘춤추는 대수사선2: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는 일본에서 지난 7월 개봉해 2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다.

연쇄 살인사건을 좇는 경찰들의 얘기를 담은 이 영화는 형사물로는 좀 싱겁다. 미스터리 형식을 띄고 있지만, 살인의 이유는 소박하고 액션은 최소화돼 있다. 경찰서에서 들리는 대화도 긴장되고 살벌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안녕”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같은 소시민적 일상적 대화가 오가는 이 경찰서의 유일한 화젯거리는 서장이 주고받는 러브 메일의 상대가 누구인가 하는 것.

일본에선 이런 요소들이 합쳐져 흥행의 핵탄두로 탄생했다. 이 영화의 경쟁력은 ‘회사’처럼 묘사되는 경찰서. 이곳은 숨 가쁘게 달려오다 어느 날 버블(거품)이 꺼진 허무한 일본 경제와 후기 산업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옮겨다 놓은 상징적 장소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 도피적 판타지를 원하는 국내 관객의 입맛에 얼마나 맞을지는 미지수다.

한 기업주의 살인사건이 일어나자 도쿄 완간(灣岸) 경찰서에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된다. 홍보효과를 노린 경시청은 여성본부장을 임명한다. 완간 경찰서 경찰들은 경시청에서 내려온 수사팀의 도시락과 침구를 준비하느라 여념 없지만, 강력계 순사부장 아오시마(오다 유지)는 자존심이 상한다. 또 다른 여성 기업주가 숨진 채 발견되고, 범인은 서로 다른 목소리로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온다.

영화는 연쇄 살인사건의 연결고리에 관심을 두는 듯하지만, 사실은 장난인 듯 대수롭지 않게 묘사된 두 개의 사건을 살인사건과 병치시켜 폭발력을 얻는다. 여학생들의 목을 물어뜯은 뒤 도망치는 ‘흡혈귀’란 별명의 변태 치한, 커플룩 차림으로 도둑질하는 가족 소매치기단은 버블경제로 소외된 개별적 일본인에 대한 ‘슬픈 정신감정서’인 것. 여기에 살인자 집단은 “리더가 있으면 개인이 죽어”하고 외치며 일본인들의 응축된 욕구불만을 터뜨린다.

경찰서 내부의 자잘한 에피소드와 유머가 별도의 작은 톱니바퀴를 형성하면서 납치사건과 맞물린 1편에 비해, 2편은 짜임새가 주는 재미가 덜하다. 모든 에피소드와 대사가 산업사회와 관료주의의 병폐란 주제 뒤에 일렬로 나열돼 있기 때문이다.

‘사토라레’를 만든 흥행 귀재 모토히로 가즈유키 감독의 작품.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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