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무간도'…같은 덫 두 스파이 운명은…

  • 입력 2003년 2월 17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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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덫에 걸린 두 스파이의 운명을 그린 영화 ’무간도’ 사진제공 아트로드
같은 덫에 걸린 두 스파이의 운명을 그린 영화 ’무간도’ 사진제공 아트로드

한 시절을 풍미했던 홍콩 액션영화가 이제 유치해졌다고 느꼈을 관객들에게 ‘무간도’는 반가울 영화다.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판권을 살만큼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11년 만에 함께 출연하는 류더화(劉德華), 량자오웨이(梁朝偉)의 선 굵은 연기는 배우의 중량감을 느끼게 해준다.

진영인(량자오웨이)은 폭력조직에 잠입한 홍콩 경찰의 비밀요원. 경찰학교에서 훈련을 받다 발탁된 그는 범죄조직 ‘삼합회’에 잠입해 10년째 조직원을 가장한 스파이로 근무하고 있다. 전과 8범에 두 번의 형기까지 치렀으며 ‘삼합회’의 보스 한침(청즈웨이·曾志偉)의 심복이다. 반면 홍콩 경찰의 강력반장 유건명(류더화)은 18살 때부터 경찰에 잠입한 ‘삼합회’의 조직원. 경찰의 작전 정보를 몰래 흘려 ‘삼합회’를 보호하는 것이 조직으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다.

진영인과 유건명은 ‘삼합회’를 소탕하려는 경찰 강력반 황국장(황치우성·黃秋生)의 작전 도중 상대방의 존재를 감지하고, 서로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제목 ‘무간도 (無間道)’는 불경의 ‘무간지옥’에서 따온 말. “무간지옥에 들어간 자는 영원히 죽지 않으며 극한 고통을 받게 된다”고 설명하는 자막이 영화 처음과 끝을 열고 닫는다. 그처럼 이 영화는 자신을 숨기고 원하지 않는 곳에 있어야 하는 스파이의 비극적 삶, 같은 덫에 걸린 두 스파이의 엇갈린 운명을 소재로 삼았다.

소재 자체가 극적이고 진영인과 유건명이 조금씩 상대방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 상황 묘사도 치밀하다. 반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통’을 뜻하는 제목에 비한다면 두 사람의 심리에 대한 묘사는 약한 편.

‘풍운’ ‘중화영웅’의 류웨이창(劉偉强)이 감독을 맡았으며 각본을 쓴 마이차오후이 (麥兆輝)가 공동감독으로 참여했다. ‘화양연화’ ‘영웅’등을 촬영한 크리스토퍼 도일이 촬영 지휘를 맡았다. 개봉 이전부터 인터넷에서 이 영화의 파일이 불법 유통되고 있지만, 이는 권선징악을 중시하는 중국 대륙의 정서에 맞춰 결말을 다르게 제작한 ‘중국 버전’이라는 것이 수입사의 설명. 극장에서 개봉될 영화는 ‘홍콩 버전’이다. 15세이상 관람가. 21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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