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조재현, 영화속 ‘나쁜 남자’가 따뜻한 남자되어 TV로

  • 입력 2003년 1월 12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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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시작한 MBC 드라마 ‘눈사람’의 주인공 조재현(사진)과의 인터뷰는 한 편의 ‘원맨쇼’를 보는 듯 했다. 영화 ‘나쁜남자’에서 보여줬던 독기어린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시종일관 ‘만담’ 수준의 유쾌한 말솜씨를 뽐냈기 때문이다. 기자의 명함을 건네 받은 그는 펜으로 무언가를 그 위에 흘려 썼다. “뭐 하는 거냐”며 들여다보려 하자 화들짝 놀라 뒤로 감춘다.

“일종의 암호예요. 이래야 나중에 기억할 수 있거든요. 워낙 여러 기자에게 명함을 받다보니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가 없어서요.”

그는 청바지에 갈색 가죽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긴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조금은 지저분해 보였다.

“극 중 설정이에요. 제가 맡은 필승 역은 다혈질의 강력반 형사인데 의욕만 앞서 좌충우돌하죠. 범인을 잡다가 머리채를 잡히는 수모를 당한 뒤 자르죠.”

이 드라마는 ‘신데렐라’ ‘애인’ ‘가을에 만난 남자’ 등 멜로드라마를 주로 만들어온 이창순 PD의 신작이다. 극 중 필승은 사랑하는 아내(오연수)가 죽은 뒤 처제(공효진)에게 연인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캐릭터.

“이PD 드라마는 ‘명품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오락성과 동시에 작품성도 있죠. 나 때문에 ‘중저가 드라마’가 되는 게 아닌가 모르겠네.(웃음) 그렇지만 이번에도 아내가 죽으니 드라마 ‘피아노’처럼 대박이 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웃음).”

그는 8년 전 KBS 드라마 ‘기쁨이면서 슬픔인 채로’에서 주인공을 맡아 멜로 연기를 해본 적이 있다.

“드라마가 흥행을 못해서 별로 기억하는 사람이 없지만 나름대로 그윽한 눈빛이나 느끼한 말투도 해봤는데 제가 봐도 ‘닭살’이었으니 시청자들은 오죽했겠어요. ‘안되겠다’싶어서 그 뒤로는 ‘극악무도한’ 역할을 많이 했죠.”

김기덕 감독의 거의 모든 영화에 출연해온 그는 김감독의 영화에서 늘 티켓다방 주인(‘섬’), 개장수(‘수취인불명’), 포주(‘나쁜 남자’)등 잔인하고 폭력적인 캐릭터를 구사해왔다.

“저도 이제 인간적인 역할 좀 해보고 싶어요.(웃음) 무난한 역할을 해 본적이 거의 없어요. 주로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까운 푼수 아니면 여자를 때리고 팔아먹는 포악한 역할이었으니까요.”

그는 38세로 극 중 상대역인 공효진과는 15년의 차이가 난다.

“깜짝 놀랐어요. 우리 아들이 1989년 생인데, 같은 80년대에 태어난 여배우와 연기를 하다니…. 세월 정말 빠르네요.”

그는 올해 배우 김갑수와 함께 연극무대에도 설 계획이며 평소 꿈꿔오던 영화감독 데뷔를 위해 시나리오도 틈틈이 쓰고 있다.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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