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내달 21일 첫 방영 K 2TV 미니시리즈 ‘고독’

  • 입력 2002년 9월 29일 17시 13분


10월21일 첫회가 방영되는 KBS 2TV 드라마 ‘고독’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탤런트 이미숙과 류승범. 두 연기자는 극중에서 15년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사랑 연기를 펼치게 된다.  사진제공 KBS
10월21일 첫회가 방영되는 KBS 2TV 드라마 ‘고독’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탤런트 이미숙과 류승범. 두 연기자는 극중에서 15년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사랑 연기를 펼치게 된다. 사진제공 KBS
“이제도이 미숙이 가이 잘도 고은게.”(아직도 미숙이는 참 예쁘네·제주도 사투리)

26일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리의 한 선착장. 영화배우이자 탤런트인 이미숙(42)과 류승범(22)이 작은 오징어 배에서 둘만의 첫 ‘드라마 데이트’를 하고 있다.

10월21일 첫 방영 되는 KBS 2TV의 20부작 미니시리즈 ‘고독’의 촬영 현장이다. 하지만 두 주인공의 진지한 표정과 달리 주변은 40대에도 여전한 미모를 자랑하는 이미숙에 대한 동네 아주머니들의 ‘질투성’ 찬사와 류승범에게 사인받아야 한다는 꼬마들의 주장으로 왁자지껄하다. 제주도 촬영 현장에서 두 주인공을 만났다.

‘고독’은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슬픈 유혹’ 등 불륜과 동성애 등 ‘금지된 사랑’을 그려 화제를 모은 노희경 작가와 표민수 PD가 다시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다.

‘고독’의 사랑 역시 평범하지 않다. 극중에서 이미숙은 기업 이미지 컨설팅 회사 대표로 15세된 딸을 홀로 키우는 40세의 미혼모 경민으로, 류승범은 유학을 마친 뒤 경민의 회사에서 일하는 25세의 청년 영우로 출연한다.

여성 상사와 남성 직원의 만남, 40대 ‘연상녀’와 20대 ‘연하남’의 사랑. 우리 사회에서는 꽤 낯설게 느껴지는 ‘사랑의 조합’이다. 극중 영우와 그의 형 영철(최성민)이 나누는 대화는 이 사랑이 몰고올 파장을 예고한다.

“(경민의 뒷 모습을 보며) 안 헤프고 좋아. 난 여자가 너무 헤픈 거 싫더라.”(영우)

“넌 저런 ‘늙다리’도 여자로 보이냐. …. 임마, 여자랑 엄마랑 혼동하지마.”(영철)

이날 오후 이미숙과 류승범은 바다로 나가 제주의 환상적인 일몰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대사가 거의 없이 둘의 만남을 아름다운 배경에 담기 위한 것이었다.

막 촬영을 마친 두사람에게 “대사도 없는 데 뭐 했냐”고 물었다.

이에 류승범은 “예? 아무 것도요”라며 금세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이미숙은 “벌써 불꽃이 튈까봐 멀리 떨어져 있었다”며 웃어버렸다.

두 연기자에게 ‘고독’의 사랑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남자는 20년 연하의 여자와 사는 데 여자는 왜 안돼요? 이게 다 편견이예요. 처음에는 영우를 귀여운 동생 쯤으로 생각하다 어느 순간 자신의 마음 한 구석을 열게 되는 경민의 심리 변화를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이미숙)

“영우와 경민의 사랑이 드라마를 위한 억지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연상녀와 연하남의 결합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류승범)

표민수 PD의 귀띔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11월 시행되는 프로그램 등급제에서 ‘19세 이상 관람가’로 방영될 예정이다. 극중 두 주인공의 키스 신은 물론 강도 높은 애정 표현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두 주인공의 극중 나이 차이는 15세이지만 실제로는 20년.

류승범은 “내가 연상의 여자를 좋아한 경험은 중학교 1학년때 1년 연상의 여학생을 짝사랑한 게 전부”라며 “데뷔 뒤 처음으로 멜로의 주인공이 됐는 데 이전의 가벼운 이미지를 확 바꿔보고 싶다”고 말했다.

98년 영화 ‘정사’에서 역시 연하의 이정재와 파격적인 정사신을 보여준 이미숙은 좀 여유를 보였다.

“글쎄 극중 영우 나이가 25세인데 승범씨 실제 나이는 더 어리다고 하대요(웃음). 나이는 숫자일 뿐이예요. 나는 나이 차가 좀 있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 이왕 19세이상 관람가라면 좀 더 ‘찐하게’ 해야죠. 이 가을에 심금을 울리는 성인 취향의 가슴 아픈 드라마를 만들고 싶습니다.”(이미숙)

제주〓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고독’ 연출 표민수 PD▼

드라마 ‘고독’은 98년 방영된 ‘거짓말’이후 ‘바보같은 사랑’ ‘푸른 안개’ 등으로 마니아 팬을 확보하고 있는 표민수 PD(39)가 2월 프리랜서를 선언한 뒤 처음으로 연출하는 작품이다. ‘거짓말’ 팬 클럽은 최근 드라마 종영 4주년을 기념하는 모임을 갖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연출한 드라마에 대해 “사랑에 대한 편견을 깨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드라마 ‘거짓말’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기주의를 깨고 싶었습니다. ‘바보 같은 사랑’은 사랑조차도 잘나고 부유한 사람들에게 집중돼 있는 ‘사랑의 빈부 격차’를 다뤘습니다.”

그는 또 “‘고독’은 겉으로는 아름다우나 ‘속이 텅 빈 고목 같은 여자’ 경민의 마지막 사랑 얘기”이라며 “세상 사람들이 진정 사랑한다면 고독은 없어질 것이라는 내 개인의 소망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숙이 대표인 ‘메이 필름’을 비롯, ‘명필름’ ‘영화사 봄’ 등에게서 영화 감독 데뷔를 제의받기도 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