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살인장면 그대로 방영

  • 입력 2002년 8월 2일 18시 19분


‘MBC 뉴스데스크’가 1일 밤 아동학대 상담센터의 안전사각 실태를 보도하면서 잔인한 실제 살인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내 시청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아동학대 상담센터를 찾은 한 부부의 모습이 담긴 CCTV 자료화면을 공개하면서 상담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남편이 부인을 흉기로 수 차례 찌르는 장면을 방송했다. 화면을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흉기로 여자를 찌르는 모습과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 뚜렷이 드러났다.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에 대해 항의하는 글이 수백건 올랐으나 MBC는 이 장면을 자정 무렵 방송하는 ‘뉴스24’에도 그대로 내보냈다.

시청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칼에 이미 찔린 아내를 계속해서 찔러대는 모습이 공포영화의 광기 어린 살인자를 연상케 했다”며 “온 가족이 시청하는 뉴스 시간에 실제 살인장면이 방송돼 자녀들이 이를 보고 울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MBC 보도국은 시청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문제가 된 내용을 인터넷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삭제하고,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렸다. 보도국은 사과문에서 “상담센터가 폭력과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문제의 장면을 내보냈지만 화면처리가 신중치 못했던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시청률 경쟁에 내몰려 뉴스 프로그램마저 선정적 보도를 남발하고 있는 오늘날 한국 방송 저널리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조정하 국장은 “한국의 방송 뉴스는 시청률 상승 도구의 하나로 전락한 지 오래”라며 “엽기적 장면과 내용의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하는 방송 행태는 방송사 스스로 저널리즘의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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