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빚 꼭 갚으리라" 명성황후 의연한 최후…4일 방영

  • 입력 2002년 7월 3일 18시 43분


“잘 죽고 오라더라고요. 잘 죽어야 할텐데….”

1일 오후 KBS수원제작센터에서 있었던 사극 ‘명성황후’의 촬영 현장. 이날은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의 칼에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최명길은 “촬영장으로 나서는데 가족들이 ‘잘 죽고 오라’더라”며 웃었다.

“한 번에 갑시다! 레디…, 고(Go)!”

신창석PD의 고함과 함께 50명의 건장한 ‘낭인’들이 궁궐문을 박차고 들이닥쳤다.

“캇!캇!캇! 지금 장난하나. 그 문짝 좀 다시 달아.”

이날 부서진 문짝만 예닐곱 개.

최명길은 촬영 전부터 감정이 복받치는지 계속 눈물을 손수건으로 찍어냈다. 붉은 대례복과 화려한 대수머리를 하고 꼿꼿이 앉은 모습이 국모의 위엄을 뿜어냈다.

“오마에가 조센노 오히가(네가 조선의 왕비냐)?”

일본 낭인 히라야마와 사사키가 명성황후에게 칼을 겨누며 묻자 싸늘하고 근엄한 목소리로 답한다.

“내가 조선의 국모니라. 오늘은 내 나라가 힘이 없고 약해서 이런 수모를 당한다만 반드시 부국강병을 이뤄 이 빚을 갚을 것이다.”

사사키 역을 맡은 정의갑은 “너무 신경을 써서 그런지 이제는 촬영장에서 귀신이 다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최명길은 그날 오후 내내 죽고 또 죽어야 했다. 신PD는 “명성황후가 죽는 장면은 드라마의 백미이기 때문에 욕심을 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명성황후가 상궁복을 입고 난자당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황후의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 대례복 차림으로 의연하게 죽음에 맞서는 설정으로 바꿨다. 이 장면은 4일 방송되며 드라마는 18일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명성황후의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으로 끝난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