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공감&유감]"얼굴은 바뀌었지만 '몸통'은 그대로"

  • 입력 2002년 5월 28일 17시 31분


‘추적 60분’의 진행자 김민전 교수와  ‘그것이 알고싶다’의 영화배우 정진영
‘추적 60분’의 진행자 김민전 교수와
‘그것이 알고싶다’의 영화배우 정진영
《아줌마들이 TV를 두고 다시 만났다! 8일 MBC ‘위기의 남자’를 통해 중년 남성들의 위기에 대해 토론을 벌였던 정숙경(37) 박미숙(36) 정경아(〃) 김순남(35) 백양순(〃) 씨 등 주부 다섯 명이 최근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 KBS2 ‘추적 60분’을 분석했다. 각각 10년, 19년 된 이 두 프로는 각 방송사의 간판 시사다큐 프로그램. 특히 ‘그것이…’는 18일부터 영화배우 정진영을 새 진행자로 내세웠고 ‘추적 60분’도 지난달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김민전 교수를 진행자로 영입해 관심을 끌고 있다.》

# 프로그램의 얼굴-진행자

-정진영씨 처음인데 퍽 잘하시던데요. 이전보다 오히려 더 자연스러워요. 지명도가 낮아 별로 기대 안했는데 대사 처리도 잘하고 얼굴도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어요.

-너무 이전 진행자를 따라하는 것 같지 않던가요? 진행자 교체를 계기로 식상했던 프로그램 의 분위기를 좀 바꿨으면 했는데….

-그래도 연기자라 기본은 하더군요. ‘추적 60분’의 김민전 교수는 아직도 많이 어색한 것 같아요.

-시사 프로에서 여성을 진행자로 기용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죠. 여성이 남성보다 시사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깰 수도 있고. 우리 좀 더 지켜봐 줍시다.

-김 교수의 경우 일단 발음이 부정확하고 교과서 읽듯 대사를 처리하는 게 귀에 거슬려요. 프롬프터(대본을 써놓은 모니터)를 읽느라 눈동자가 돌아가는 게 보일 정도니까.

-긴 머리를 좀 자르면 어떨까요. 지금의 컨셉트는 그저 우아한 여성으로만 보일 뿐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리더십이 부족해 보여요.

# 프로그램의 몸통-내용

-전북 완주군 삼례에서 발생한 살해 사건을 다룬 18일 ‘그것이…’에서는 당초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가 범인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시사프로가 특정 사안에 정답을 내려주는 건 아닌데, 18일 내용은 제작진의 주관이 너무 개입된 듯 하더군요. 경찰이 결론을 번복하기 싫어 무죄를 주장하는 용의자들을 범인으로 몰고 있다는 거죠.

-현장 검증 장면이 중복 편집됐고 피의자의 얼굴도 그대로 공개됐어요. 그들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얼굴을 공개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무죄가 입증된 것도 아닌데 너무 경솔한 건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추적 60분’은 비교적 중립적인 편이죠. 하지만 좀더 핵심을 찔러줘야 하는데 미진한 면이 없지 않죠.

-18일 ‘추적 60분’의 주제는 분당 신도시 ‘파크 뷰’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우리가 신문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 이외에 새로운 것이 별로 없었어요. 뉴스를 좀더 길게 만든 느낌 정도?

# 프로그램의 뒷모습-시대상

-두 프로를 보면서 경찰과 공무원에 대한 불신감만 증폭돼 마음이 씁쓸했어요. 결국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얼마나 큰 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것이…’에서 용의자가 처음엔 순순히 자백했다가 무죄를 주장했다는 것도 일견 이해가 돼요. 전에 접촉사고가 나서 경찰서에 간 적이 있는데 “여기서 시끄럽게 해봐야 ‘전과자’된다”며 겁을 주면서 아예 손쉬운 해결책을 제시하더군요.

-‘그것이…’도 이번 수사가 그런 식으로 진행됐다고 암시하는 건 아닐까요. 현장 검증 장면에서 유난히 경찰이 범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요구를 많이 하잖아요. 있는 그대로가 아닌, 경찰이 원하는대로의 진실을 보여달라는 건 아닌지….

-‘추적 60분’도 좀더 고위 책임자와 인터뷰를 했으면 좋았을 뻔했어요. 중간 관리자급과 인터뷰를 하다보니 결국은 ‘나 몰라라’ 식의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공무원 조직에서는 ‘윗분’의 명령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니까.

정리〓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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