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후아유', 채팅게임 커플 어느새 연인이…

  • 입력 2002년 5월 13일 17시 39분


《20대의 사랑을 다룬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 이정재, 장진영 주연의 ‘오버 더 레인보우’(17일 개봉)와 조승우 이나영 주연의 ‘후아유’(24일 개봉).

‘오버 더 레인보우’는 현재와 과거의 사랑이, ‘후아유’는 현실과 사이버 공간속의 사랑이 오버랩되며 펼쳐지는 멜로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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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속 사랑 '오버 더…'

영화 ‘후아유’를 재미있게 볼 관객의 조건. (그러나 괄호안에 해당하는 사람도 볼 만함.)

1.나만의 ‘아바타’를 갖고 있다.(‘아바타’가 뭐지?)

2.게임 베타 테스터로 뽑히는 것이 복권에 당첨되는 것 만큼 신난다.(게임 베타…뭐라고?)

3.말하는 속도만큼 빠르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날릴 수 있다. (받을 줄은 아는데….)

4.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오토바이를 탄다. (쯧쯧. 저런 애들 머릿속엔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5.알바, 어빠, 걍, *^^*, -.- 같은 통신용어나 이모티콘에 익숙하다. (이게 한글이냐?)

‘후아유’는 20대 문화 코드로 풀어낸 멜로 영화다. 1997년의 남녀는 PC통신으로 만났지만 (‘접속’), 2002년의 청춘은 ‘3D 아바타 채팅 게임’으로 만난다. 그러나 온라인 만남이 오프라인의 사랑으로 이어지기까지 설렘과 망설임이라는 뼈대는 같다.

커플만들기 채팅 게임인 ‘후아유’의 기획자인 형태(조승우)는 63빌딩 수족관의 다이버 인주(이나영)에게 끌린다. ‘별이’라는 ID로 게임 테스트에 참가한 인주 몰래 형태는 ‘별이’의 채팅 파트너 ‘멜로’가 된다. 청력장애인인 인주는 현실에서 마주치는 형태보다 가상공간의 친구인 멜로에게 끌리고, 형태는 자신의 아바타인 ‘멜로’를 질투한다.

물을 담은 그릇이 달라졌다고 물이 변하지 않듯, ‘후아유’는 e메일 세대의 전형적인 문화 코드로 포장됐지만 기본 정서는 편지 세대와 다를 바 없다. 연인의 창문 앞에서 통기타를 튕기며 노래하는 모습이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스피커를 켜놓고 노래하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

연인에게 별을 따다주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밤새워 가상공간안에 호수를 만들어 사랑하는 이의 아바타에 바치는 ‘요즘 애들’의 사랑법도 귀엽게 보인다. 앞서 ( )안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채팅 게임 ‘후아유’는 ‘감독님’ 대신 ‘겜독님’으로 불릴 만큼 ‘겜’(게임)을 즐긴다는 최호감독의 상상의 산물. 12세 이상.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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