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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21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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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이 23일 방송하는 ‘이것이 인생이다’(오후 7·30)는 후천성 장애인을 돌보는 이승호씨(51)의 이야기다. 교통 사고나 산업 재해로 팔이 절단된 사람들을 위해 의수를 만들어 주는 게 그의 직업이다.
후천성 장애가 생긴 사람은 특히 힘들어 한다. 믿었던 ‘멀쩡하던’ 육체가 불의의 사고로 움직이지 않을 때. 어느 날 길거리에 나서면 사람들이 힐끗 힐끗 쳐다보며 피할 때,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반갑다고 악수를 청하려는 데 내 밀 손이 없을 때.
경남 사천에서 태어난 이씨는 자기를 아껴주던 길수형이 베트남전에 갔다 온 뒤 죽어 가는 모습을 봤다. 전장에서 한쪽 팔을 잃은 그는 변변한 수족만 하나 있었어도 잘 살 수 있는 튼튼한 몸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를 ‘왕따’ 시키는 사회의 시선은 팔이 잘리는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결국 길수형은 자살을 택했고 이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의수를 만든다는 먼 친척 뻘인 ‘삼촌’을 찾아 무조건 상경했다. 그 때가 18세. 삼촌의 깐깐한 ‘도제식’ 교육 덕에 그는 지금 특허까지 보유한 국내 최고 수준의 의수 제작자가 됐다. 오늘이 있기까지 그를 몰고 온 것은 길수형의 죽음이었던 것이다.
1998년 금융 위기 때부터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의수를 무료로 제작해 주고 있는 이씨는 “장애인을 괴롭히는 것은 ‘장애인’이라는 명칭 그 자체”라고 지적한다. “더 잘해주지도 말고, 더 못해주지도 말고, 그저 형처럼만 대해달라”는 게 길수형을 잃은 그의 외침이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