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연예인은 인권없나

  • 입력 2002년 3월 19일 15시 48분


탤런트 김정은(27)은 16일 서울지검에서 ‘엑스터시’에 대한 소변 및 모발, 체모 검사 결과 음성 판정 통보를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다. 김정은의 소속사인 GM프로덕션 측은 “그동안 온갖 루머에 시달리면서 마음 고생이 심했다”며 “최근 ‘엑스터시’ 투약 혐의로 구속된 탤런트 성현아와 친하다는 이유 등으로 소환 조사한 수사 당국에 억울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획사 측은 “검찰이 ‘김정은이 아직 혐의를 완전히 벗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재소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마약 파동이 불거질 때마다 투약 여부가 불분명한 연예인들까지 ‘굴비 엮 듯’ 수사 당국에 집중 소환되는 이유는 뭘까. 일부 연예인들은 ‘체모’ 조사를 염려해 염색소동을 빚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방송가와 법조계에서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의 마약 복용이 갖는 사회적 파장이 그 어떤 이들보다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명 연예인이 마약 복용 혐의로 검찰에 소환 조사받을 경우 일반 매체는 물론 스포츠신문, TV 연예 프로그램에 각종 인터넷 방송이 온통 관련기사로 뒤덥히는 ‘홍보효과’ 때문이다.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얼마 전 탤런트 정찬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체포됐을 때 피의자들보다 보도진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 입장에서는 그만큼 국민에게 계도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파급 효과를 기대한 나머지 연예인들에 대한 ‘인권 침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무분별한 조사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말 가수 K씨 등은 동료 연예인들과 새벽에 자기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가 검찰 수사관들로부터 ‘기습’을 받았다. 그들은 즉석에서 소변 검사를 요구했고 K씨 등은 영문도 모르고 화장실에 가야했다. 이후 음성 판정을 받은 K씨 측은 “연예인은 인권도 없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방송가도 캐스팅 불발 등을 우려, 연예인 마약 파동이 일면 덩달아 불안해진다. 최근 한 지상파 방송사는 ‘캐스팅 예상 연기자 중 엑스터시 복용 혐의가 있는 이들을 미리 가려 달라’는 취지의 협조 공문을 서울지검에 보냈을 정도다.

한 방송사 CP는 “방송 프로그램이 연예인에 절대 의존하다보니 마약 복용 혐의로 배역에서 도중 하차할 경우 사실상 프로그램이 마비된다”며 “무분별한 무더기 수사는 곤란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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